최신호 (32호 2020년 1~2월호)

지난 호

머리말

32호를 내며

이정구 21 32
339

이번 호에는 모두 6편의 글을 실었다.

최근 유럽 경제가 불황에 빠져들면서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이에 각국 정부들은 노동자들을 서로 이간질시키기 위해 인종차별 카드를 사용하거나 외국인 혐오를 부추긴다. 실업난이 이주노동자들 때문이라는 거짓 선동이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이미 서방 경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이런 점은 한국도 마찬가지다.

‘이주, 이주노동자 그리고 자본주의’는 자본주의 팽창기에 지배계급은 이주노동자들을 필요로 했지만 그들을 유지하고 재생산하는 비용은 감당하지 않으려 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주노동자와 내국인 노동자가 나란히 서서 더 나은 세계를 위해 싸워서 승리할 수 있음을 주장한다. 또한 이 글은 사회주의자들이 작업장과 노동조합에서 이주노동자에게 책임을 돌려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20대 속죄양 삼기에 맞선 진보 청년들의 합리적 반론’은 조국 사태로 ‘공정성’이 최대 화두가 됐던 작년에 진보 염원 청년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던 《공정하지 않다 ― 90년대생들이 정말 원하는 것》에 대한 서평이다. 이 책의 저자들은 기성 세대와 진보·좌파의 상당수가 20대의 특징과 진정한 염원을 잘못 넘겨짚고 이들을 섣불리 매도해 왔다고 지적한다. 이 서평글은 이 책이 몇 가지 모호함을 담고 있긴 하지만 진보·좌파 주류가 비계급적 진영논리나 남 대 여 프레임을 쫓느라 놓친 중요한 문제들을 잘 짚고 있다고 평가한다.

‘그린 뉴딜, 기후와 경제 위기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는 그린 뉴딜에 대한 세계적 관심과 지지가 확산되는 이유가 기후 위기와 불평등의 심화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서구뿐 아니라 한국에서 제기되는 그린 뉴딜 논의를 살펴보고 있다.

이 글은 그린 뉴딜 정책이 갖고 있는 몇 가지 약점을 소개하는데, 케인스주의와 현대화폐이론에 대한 비판이 그 내용이다. 또한 이 글은 탈성장론자들과 그린 뉴딜 주창자들 사이의 논쟁을 소개하고 이를 사회주의적 관점에서 비판적 논평을 덧붙이고 있다.

‘홍콩 항쟁을 둘러싼 한국 진보·좌파 내 논점들’은 홍콩 항쟁에 관한 좌파의 잘못된 입장들을 비판적으로 살펴보는 글이다. 홍콩 항쟁이 친서방 운동이라는 주장, 홍콩이 금융 중심지이기 때문에 중국이 함부로 할 수 없다는 주장, 홍콩인들이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다는 주장 등이 사례들이다.

이 글은 이런 주장들의 이면에는 대체로 중국이 모종의 사회주의라는 함의를 갖고 있지만 중국 사회는 사실상 자본주의의 일종인 국가자본주의라고 지적한다. 또한 홍콩 항쟁은 무엇보다 사회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불만이 주요 원인이기 때문에 운동이 더 발전하려면 노동자 계급이 동원돼야 하고 계급 정치가 발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자본론》의 개념을 제대로 이어가기 위해 필요한 논점들’은 에르네스트 만델의 《마르크스 캐피탈 리딩 인트로》를 서평한 글이다. 이 서평글은 만델의 책이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왜곡을 반박하는 유용한 내용들도 있지만 몇 가지 약점들도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면 자본주의를 너무 형식적으로 정의하기 때문에 옛 소련과 동구권 사회들을 자본주의가 아니라고 본 점, 전후 장기호황에 대한 잘못된 설명, 이윤율 저하 경향을 경제 위기의 핵심 원인으로 보지 않는 점 등이 그런 약점들이다. 이 글은 만델이 지닌 여러 관점들이 오늘날 한국의 좌파들도 공유하는 측면들이 많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자본주의의 핵심 동학을 바탕으로 《자본론》을 변혁의 무기로서 활용하는 것이 마르크스의 진정한 전통을 이어가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상시적 군사 경제’는 제2차세계대전 직후 군비 증강 드라이브가 경제 부양 효과가 있었음을 설명하는 글이다. 상시적 군사 경제는 군비(무기) 증강이 경제 전반의 이윤율 저하를 지연시키는 효과를 내는 것을 가리키는 용어다. 이 글은 케인스주의와 정설파 트로츠키주의자들 모두 전후 장기호황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음을 지적한 다음 토니 클리프가 어떻게 하여 장기호황과 더불어 1970년대 중반 이후 다시 경제 위기로 빠져든 현상을 제대로 설명하고 있는지를 밝히고 있다.

이번 호도 늦게 나왔지만 이전과 마찬가지로 독자들이 이 잡지를 정치적 토론과 논쟁의 유용한 무기로 활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20년 1월 20일

편집팀을 대표해 이정구

MARX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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