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14호 2014년 여름)

지난 호

12호를 내며

공동편집자 김하영·최일붕 76 14
155 2 1
1/5
프린트하기 전체 보기 PDF 보기

2008년 금융공황이 엄습한 지 3년이 넘은 지금, 세계경제 위기는 더욱 심각해지고 그로 말미암아 국가 간 갈등과 각국의 정치적 불안정이 증대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호에서는 오늘의 위기와 저항을 <쟁점>으로 다루며 집중 조명했다. 여기에 수록된 글들을 읽어 보면, 우선 큰 시야에서 현재 경제 위기의 심각성과 그것이 낳은 효과들을 살펴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미국, 유럽연합, 중국, 그리고 혁명이 진행 중인 이집트에 이르기까지 각국의 위기 양상을 두루 살펴볼 수 있다.

국내 상황을 별도로 다루지 못한 것은 아쉽다. 한국 경제는 유로존 같은 심각한 위기로 아직 치닫지는 않았다. 그러나 모든 애널리스트들이 내년 경제 전망을 올해보다 더 어둡게 내놓고 있고, 2008년 이후 한국 경제 회복세의 견인차가 돼 준 중국 경제 전망도 더는 장밋빛이 아니다.(한국 경제 위기와 전망에 대한 분석은 다음 호에 실릴 예정이다.)

한국의 정치 위기는 그야말로 심각한 수준이다. 퇴임 후 거주할 사저 문제, 재보선 패배, 한미FTA 날치기 통과, 일부 검사들의 ‘항명’, 선관위 디도스 공격, ‘형님’과 친인척 비리, 재창당 논란 등에서 보듯이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말기적 위기를 겪고 있다. 절름발이 오리라는 뜻의 ‘레임덕’이라는 말로는 현 상황을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예 주저앉은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은 한마디로 찌질하다. 한미FTA 반대 장외 투쟁을 선언하고도 집회장에서 그다지 환영받지 못했고(일부 지도자들은 야유받았다), 정권의 위기가 심각해지자 재빨리 등원을 선언하며 소방수 노릇으로 주가를 올리려고 했지만 전당대회 난투극으로 이조차 뜻대로 하지 못했다.

한미FTA 폐기 투쟁의 확대는 정치 위기를 부채질했다. 한미FTA는 미국의 지배계급이 경제 위기의 대가를 다른 나라에 전가하려는 데서 한국이 예외가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자(한국은 일본, 중국과 함께 미국 무역적자의 50퍼센트가 집중돼 있는 나라다), 동아시아 국가와의 연계를 더욱 확고히 함으로써 이 지역에서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전략과도 관계 있다. 이처럼 한미FTA 추진의 배경에는 세계경제 위기, 미국과 중국 간 상대적인 경제력 비중의 변화, 그것이 낳는 지정학적 불안정이 그 심원에 깔려 있다. 정말이지, 심각해지는 경제 위기 속에서 협력적 세계경제 운영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그런데 한국 지배계급의 일부는 여기에 참가하는 것이 국익이라고 확고히 믿는 반면, 다른 일부는 그것이 여러 문제와 피해를 낳는다고 믿는다. 이 문제를 둘러싸고 지배계급이 분열한 이유다.

이런 큰 맥락 속에서 보면, 세계경제 위기에 책임이 있으면서도 여전히 호의호식하는 1퍼센트를 겨냥한 미국의 ‘점거하라’ 운동이 한국에도 상륙해 한미FTA 반대 운동이 첫 발을 떼는 데 크게 일조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한미FTA로 삶이 더 곤궁해질 평범한 사람들은 한나라당이 이를 날치기로 통과시킨 것에 분개했고, 한미FTA 폐기 투쟁은 적잖은 탄력을 받으며 하반기를 장식했다. 정권 말기적 징후의 사건들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반감을 부채질하며 운동의 자양분이 됐고, 운동의 새 세대가 이 투쟁에 대거 합류했다.

정기구독하기 | 후원하기 ☞ 이론과 실천의 결합을 지향하는 ─ 계간 《마르크스21》을 정기구독후원하세요!
x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