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26호 2018년 7~8월호)

지난 호

쟁점

장기파동론 비판

이정구 2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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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자들은 항상 경제 상황 변화에 큰 관심을 보인다. 경제 상황이 직접적이고 기계적이지는 않을지라도 노동자 대중의 자신감과 투쟁 의지 등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경제가 심각한 불황이면 노동자 대중이 받는 고통도 증대하므로 자동으로 혁명적 투쟁에 나설 것이라는 추론은 마르크스주의와 무관할 뿐 아니라 경험적 사실과도 맞지 않다. 노동자들이 고통을 더 크게 느끼면 체제에 대한 반감이 커질 수 있겠지만 사기와 자신감이 떨어질 수도 있다. 오히려 경기가 불황에서 회복될 때 노동자들이 자신감을 회복하고 투쟁에 나서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경제 상황과 그 변화가 노동자들의 의식과 자신감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자본주의 경제 상황의 변화를 파악하려면 자본주의 체제의 작동 원리뿐 아니라 경제 외적 요소들, 즉 사회적·정치적 요소들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그 강도도 파악해야 한다. 그런데 경제적 요소와 사회적·정치적 요소 등의 상호작용이 자본주의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보다는 자본주의 경제가 일정한 패턴과 리듬과 주기로 움직이는 것으로 보는 주장들이 있다. 재고의 형성과 소진을 중심으로 40개월 주기로 경기 순환이 나타난다고 보는 키친 순환, 고정자본 투자와 관련해 10년 주기가 나타난다고 보는 주글러 순환, 15~25년 주기의 건설 투자 순환을 말하는 쿠즈네츠 순환, 50년 주기의 가격 변동을 기반으로 한 콘드라티예프 순환 등이 그런 예들이다.1 자본주의 경제가 실제로 이와 같이 움직인다면 경기 상승기와 하강기를 쉽게 예측할 수 있을 것이므로 굳이 자본주의 경제 상황을 분석하려 애쓸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의외로 많은 좌파들이 자본주의 경제가 장기적이고 규칙적인 순환을 지니고 있다고 여긴다. 아날학파의 페르낭 브로델이 주장하는 ‘장기 지속’이 그렇고, 그 영향을 받은 세계체제론자들이 모두 경제의 장기순환론을 받아들인다. 조절이론가인 브와예나 사회적 축적구조론자인 데이비드 고든도 장기순환론을 받아들이다. 사회적 축적구조론을 주창한 데이비드 고든은 자본 축적을 위한 개별 자본가의 선택 가능성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경제적 환경, 즉 자본 축적이 이뤄지는 제도적 환경을 사회적 축적구조라고 불렀는데, 이런 사회적 축적구조의 성립과 붕괴가 50~60년 주기의 콘드라티예프 순환을 보인다고 봤다. 비교적 최근에 국역된 책에서 폴 메이슨은 “콘드라티예프의 이론은 옳았다. 그리고 인과관계와 관련한 그의 주장은 1945년 이후 세계경제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를 정확히 설명해 준다” 하고 주장했다.2

한국의 좌파 경제학자들도 자본주의 경제의 장기순환론을 받아들이는데, 윤소영 교수와 정성진 교수가 대표적이다. 윤소영 교수는 “50년이 아니라 100년을 주기로 하는 이윤율의 장기순환을 제시하는” 아리기의 축적체계론이 “과학적 의미에서 타당한 체계사”라고 말한다.3 정성진 교수는 “장기파동 및 사회적 축적구조 개념이 1960년대 이후 한국 자본주의 역사를 서술하는 개념으로 유용하다”고 주장한다.4

1920년대에 시작된 장기파동론이 1970년대 초반에 부흥하더니 2017년에 다시 부상한 것을 보면 이 이론 자체가 장기파동을 보이는 것 같다. 자본주의 경제가 장기순환의 리듬을 보인다고 처음 주장한 콘드라티예프의 장기파동론과 그 현대적 계승자들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것은 또한 오늘날 장기순환론을 받아들이는 이들 좌파 경제학자들에 대한 적절한 대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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