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1호 2019년 7~10월호)

지난 호

쟁점: 현재의 이슈들

서평 《우먼스플레인》, 《그 페미니즘이 당신을 불행하게 하는 이유》 ─ 급진 페미니즘의 과도함에 대한 예리한 지적

최미진 9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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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책은 여성 차별을 부추겨 온 보수·우파가 아니라 진보·좌파 측의 페미니즘 비평서이다. 따라서 저자들의 문제의식을 단순한 ‘안티 페미니즘’이나 ‘백래시’(반동)로 치부할 수 없다. 특히 이선옥과 박가분은 그렇게 분류되기를 거부한다. 이 저자들의 구체적 실천과 입장을 봐도 그런 딱지를 붙이는 것은 부적절하다. 가령 박가분은 낙태 합법화와 국가의 낙태 지원, 성소수자의 가족 구성권을 지지하고, 여성 노동자들이 경력 단절로 인해 겪는 구조적 불이익에 반대한다. 이선옥은 여성과 노동 문제에 앞장선 여성 작가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저자들의 문제제기는 더 건설적인 진보·좌파 운동의 전망을 열기 위한 것으로 봐야 한다. 

급진 페미니즘의 과도함이 부른 대중 정서 악화

박가분은 페미니즘에 대한 여론이 이미 2017년 말에 악화했다고 진단한다. 아이러니이게도, 급진 페미니스트들의 스피커 구실을 해 온 〈한겨레〉의 자매지 《한겨레21》의 당시 기사(‘페미니즘, 반격을 맞다’)에서 이를 감지할 수 있었다고 그는 돌아본다.

그밖에 서울권 총여학생회(이하 총여)가 잇달아 학생투표를 통해 폐지된 일이나, 각종 여론조사에서 급진 페미니즘에 대한 여론이 악화됐다는 점도 그는 근거로 제시한다. 특히, 이런 여론 악화 추세에서 젊은 여성들이 결코 예외가 아니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가령 몇몇 대학에서는 (남학생보다 그 비율은 낮았을지언정) 여학생의 과반도 총여 폐지를 지지했다. 두루 알다시피, 폐지 전에도 총여는 그 존재감이 낮아 장기간 공석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또한 지난해 11월 여성정책연구원이 수행한 여론조사에서도 미투 운동을 지지한 여성과 ‘탈코르셋 운동’(급진 페미니즘 특유의 강한 도덕주의가 특징이다)을 지지한 여성 사이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나타났음도 박가분은 지적했다.6 미투 운동에 대한 24세 이하 여성의 지지율은 90퍼센트였던 반면 ‘탈코르셋 운동’에 대한 지지율은 56.9퍼센트였다.

급진 페미니스트들은 이런 상황에 위기의식을 느끼면서도 원인을 그들 외부에서만 찾아 왔다. 20대(특히 남성)의 보수화, 20대 남성의 여혐 성향 등등. ‘경제 위기와 청년 실업으로 인한 경제적 불만이 배경’이라는 설명이 가미되더라도 결국 이른바 “20대 개새끼론”과 유사한 결론으로 흐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박가분은 이런 식의 20대 남성 속죄양 만들기가 별 근거 없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페미니스트들의 다음과 같은 표리부동이 신뢰 상실을 재촉한 주범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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