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1호 2019년 7~10월호)

지난 호

서평

《임금 노동과 자본》, 《임금, 가격, 이윤》 카를 마르크스 ─ 모든 임금 인상 투쟁을 방어하며

김재헌 75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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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두드러져 보인다. 문재인의 ‘비정규직 제로’가 ‘정규직화 제로’였음이 드러났고 그나마 ‘정규직화’도 대부분 용역회사의 다른 이름인 자회사 직접고용으로의 전환이거나, ‘중규직’이라 불리는 무기계약직화로 귀결됐다. 이 글을 쓰는 지금 고속도로 톨게이트 수납원 노동자들은 직접고용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무더위 속에 서울 톨게이트 지붕 위에서 농성하고 있다. 국립대병원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직접고용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 생명·안전 관련 업무는 직접 고용하겠다던 ‘희망 고문’이 정말 고문이 되고 있다.

자회사 전환, 무기계약직화 등 고용 형태만 바뀌었을 뿐 임금 등 처우 개선은 거의 이뤄지지 않거나 심지어 더 나빠진 경우도 있다. 불과 2년 전 문재인을 비롯한 모든 대선 주자들의 공약이었던 최저임금 1만 원은 예견된 ‘소득주도성장’ 정책 파산의 유탄을 맞아 추락했다. 2년 동안의 인상마저 무위로 돌리는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로 학교 비정규직 등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은 오히려 깎였다. 정규직화 대상도 되지 못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임금을 인상하기 위해 3일 동안 파업했다.

세계경제 침체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등으로 경제 상황이 점점 나빠지자, 더욱 탐욕스러워진 자본가 계급은 정규직의 임금 인상은 말할 것도 없고 저임금 노동자들의 바닥 수준인 최저임금을 찔끔 인상하는 것조차 눈꼴 시린 것이다. 그래서 내년 최저임금은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인 2.87퍼센트가 인상됐지만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사실상 삭감된 셈이다. 사회의 전체 노동자들이 생산한 가치 중 자본가 계급이 가져가는 비중이 1997년 IMF 경제 위기 이후 꾸준히 늘었는데도 말이다.

그런데 경제 위기가 장기화하고 제국주의 경쟁이 격화하는 등 자본주의 체제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어느 때보다 혁명적 대안을 날카롭게 다듬어야 할 시기에, 변화의 전망을 자본주의 체제의 한계 내로 가두며 후퇴하는 좌파들도 있다. 마르크스주의자를 자처하는 사회진보연대 한지원 씨는 지금과 같은 경제 위기 시기에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자본가들의 반격을 당한다며 최저임금 인상 투쟁조차 반대한다. 그러나 내년 최저임금이 실질적으로 삭감됐음에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나경원은 “최저임금 폭탄”이라며 게거품을 물었다. 이처럼 끝이 없는 이윤과 축적 경쟁의 노예인 자본가 계급은 냉혹하기 이를 데 없다.

1997년 이후 경험한 것처럼, 경제 위기는 노동자들의 희생을 강요한다. 비정규직 확대, 파견 노동 등 불안정 노동 확대, 임금 삭감, 복지 삭감 등의 공격들이 가차없이 이어졌다. 그 후 경제성장률은 일부 회복했지만, 2008년 경제 위기로 다시 추락했다. IMF 경제 위기를 신자유주의적 처방으로 해결하려 했지만 실패한 것이다. 그러나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문재인 정부는 해고, 임금 삭감, 복지 삭감, 규제 완화 등 신자유주의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 경제 위기 상황에서 자본가 계급은 노동자 임금 삭감 말고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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