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2호 2020년 1~2월호)

지난 호

쟁점:지금의 이슈들

이주, 이주노동자 그리고 자본주의

제인 하디 157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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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노동자들은 노조로 조직된 작업장에서 영국 노동자들과 나란히 파업에 참가했다. 2005년 12월 런던 북부 엔필드에 있는 아이슬란드 물류 창고에서 저임금과 관리자의 괴롭힘 때문에 파업이 벌여졌다. 피켓라인에서 노동자들은 폴란드어로 “공식 파업”Strajk Oficjalny이라고 적은 현수막을 들었는데, 이는 많은 폴란드 노동자들이 파업에 참가한 반영이었다.65 운송및일반노동조합TGWU66 소속 영국인·폴란드인 조합원들은 미들랜즈의 퍼스트버스First Bus에서 임금과 연금 문제로 벌어진 투쟁에 함께 참가했다.67 2007년에는 민영화와 저임금에 맞서 우체국 노동자들이 벌인 투쟁을 파괴하기 위해 폴란드인 파견노동자들이 버스로 동원됐다. 그러나 왓포드의 피켓[라인]에 있던 조합원이 버스에 올라 그 분규를 설명하자 폴란드 노동자들은 즉석에서 투표해서 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브리짓 앤더슨 등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일각에서는 폴란드 출신 이주노동자들이 노조를 못미더워 하고 심지어 적대한다고 불평하지만, 폴란드인들이 특별히 노조에 반감이 있어 조직률이 낮은 것은 아니었다.68 보고서에 따르면, 폴란드인 다수는 노조 가입에 관심이 많고, 심지어 이미 노조에 가입한 사람보다 아직 비조합원이지만 노조 가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가장 비관적인 추정에 따르더라도) 훨씬 많았다. 노조 가입에 관심이 없는 노동자들 가운데 절반은 조합비, 정보 부족, 짧은 체류기간 등 실질적 이유를 제시했다. 이데올로기적 주장이나 노조에 대한 나쁜 경험을 노조에 가입하지 않는 이유로 든 사람은 10퍼센트 미만이었다. 노동자들이 노조 가입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다양했고, 결코 개인 처지 보장, 노조가 제공하는 서비스, “보험 삼아” 등에 국한되지 않았다. “공정성”과 일터에서의 집단주의적 관점 때문에 마음이 동한 사람들도 많았다. 필자가 한 작업장에서 인터뷰한 폴란드인 노조 대표자 4명 모두가, 폴란드인들은 ‘다른 사람들을 돕고 싶어서’ 노조에 가입한다고 밝혔다.

이주노동자 조직에 관한 논쟁

사회주의자들은 특히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노동운동”, 분리 조직화 등의 쟁점을 두고 이주노동자 조직에 관해 논쟁했다.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노동운동”이라는 생각은 대체로 미국에서 생겨났는데,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노동자 센터 운영을 주요 사업으로 삼곤 했다.69 일부 노동조합 부문이 이주노동자 조직화나 작업장 내 이주민 쟁점에서 성과가 빈약했던 것뿐 아니라 조직화·주거 등 더 광범한 요인들 때문에도 노동자 센터들이 성장했다. 노동자 센터들은 개인적·집단적 캠페인을 통해 복지, 법률 지원, 조직화를 모두 관장한다. 2005년 5월까지 미국에는 노동자 센터가 137개 있었는데, 그 중 122개는 이주노동자 센터였다.70 그러나 이들 센터들은 작업장 내 조직화보다는 대중을 상대로 한 캠페인에 몰두하곤 했다. 파인은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연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나는 노동자 센터가 저임금 이주노동자들의 잠재적인 경제적 역량을 너무 활용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았다.”71

몇몇 노동자센터들은 한때는 급진적 압력 집단의 활동에서 착안한 노조 조직이었으나 기업형 단체로 변모했다. 후자는 최신 유행을 따라 사회적 기업으로 불리기도 한다. 예컨대 로스엔젤레스 동부 지역노조는 1960년대 중반 전미자동차노조United Auto Workers에 의해 출범했고 공공주택 확충 요구 캠페인을 성공적으로 벌였지만, 이후 부동산 개발과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으로 변모했다.72

영국에는 이런 노동자 센터가 없다. 비록 ‘생활임금 캠페인’이 비슷한 정치를 일부 받아들이고 있지만 말이다. 이스트런던지역노조TELCO는 몇몇 고용주들을 설득해 최저임금이 아니라 “생활임금” 수준의 임금인 시급 7.20파운드를 지급하도록 했다. 이것은 운송일반노조TGWU가 약 1500명의 청소노동자를 동원해 카나리 와프의 유력 하도급업자에게서 임금 인상 합의를 이끌어냈던 것을 본딴 것이었다.73 가장 열악한 대우를 받고 가장 낮은 임금을 받는 노동자 집단의 노동조건과 임금을 향상시킨 것은 중요한 성취였다. 게다가 이 캠페인은 인종차별 반대를 노동조합 운동의 중심부로 가져왔다. 그러나 노동자의 자기조직화가 아닌 지역 공동체 조직화라는 개념은 “수많은 이해관계를 지닌 다양한 행위 주체”가 있다고 믿는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74 “노동자들의 쟁점이 지역사회의 관심사로 재구성되고 계급적 이해관계가 지역사회, 이주, 인종과 종교라는 렌즈를 통해 이해되면서” 계급이라는 쟁점은 주변부로 밀려난다.75 지역 공동체는 파업 지원에서 매우 중요하다. 예컨대 1984~1985년 광부 파업에서 지역 공동체의 지원은 중요했다. 이주노동자들은 종종 그들 자신의 네트워크, 공동체, 전통이 있다. 그러나 작업장 투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힘은 계급에 기초한 단결, 즉 남성·여성, 이주노동자·내국인 노동자를 하나로 묶는 단결에 있다. 예컨대 2006년 히드로 공항에서 게이트고메 노동자들의 투쟁을 승리로 이끈 것은 히드로 공항 내 다른 노동자들의 연대 파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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