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2호 2020년 1~2월호)

지난 호

쟁점:지금의 이슈들

이주, 이주노동자 그리고 자본주의

제인 하디 157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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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부유한 나라로 노동력이 유출되면 더 가난한 나라는 경제적·사회적 대가를 치르게 된다. 예컨대 몰도바의 경우 인구의 26퍼센트가 외국에서 고용돼 있다.16 국제적 차원에서 보면 자본주의의 불균등 때문에 [출신국이] 사다리의 낮은 곳에 있을수록 늘 더 모멸적인 대우를 받으며 이주의 수레바퀴를 돌리게 된다. 용접공이 떠난 폴란드 그단스크 조선소는 인도와 북한에서 온 노동자들로 채워졌다. 북한 출신 노동자들은 조선공산당의 통제와 감시 아래 하루 16시간까지 일했다.17

착취율 늘리기

고용주들이 노동자 상태와 관계 없이 추가적 노동력을 구하려고만 하는 것은 아니다. 착취율을 높이기 위해 특정 조건에서 사용할 수 있는 노동자들을 필요로 하기도 한다. 보통 이 때문에 “노동자들의 무기력을 전제한 일종의 노동력 통제 상태”가 형성된다.18 사장들은 내국인 노동자를 사용할 수 있을 때조차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려 하는 경우도 있다. 이주노동자의 지위가 착취하기 더 쉽기 때문이다.

이주노동자들은 합법적으로 고용된 경우에조차 일터에서 커다란 문제를 겪는다. 중부·동부 유럽에서 합법적으로 영국에 온 이주노동자들이 고용계약과 임금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 사례가 광범하게 보고되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의 불만 중에는 노동시간이 지나치게 길어 휴식이 부족한 것, 초과근무수당이 없다는 것도 있다. 이주노동자 용역 업체들은 일자리를 찾아주는 대가로 많은 비용을 물리고, 약속한 것보다 낮은 임금을 지불하거나 임금을 체불하는 것으로 드러났다.19 사장들이 제공하는 숙소가 열악한 문제가 재조명받기도 했는데, 숙소가 너무 비싸고 초만원 상태이며 조잡하다는 불만이 이주민들 사이에서 높았다.20

이주노동자 압도 다수가 가장 열악하고 가장 낮은 임금을 받는 일자리를 채우곤 한다. 켄 로치는 영화 〈자유로운 세계〉에서 영국의 등록·미등록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를 고발했다. 그러나 그 영화는 노동시장 주변부에 있는 “악덕” 사장들에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폴란드 및 유럽연합 신규 가입국에서 온 노동자들이 직간접적으로 대기업들에 고용돼 있는 등 영국 자본주의의 핵심부에 포진해 있다. 물론 일부 용역업체들이 반쯤은 범죄적 행위를 토대로 운영되고 있지만, 그들 자신이 거대 초국적 기업들이고 합법적인 소개업자로 여겨지는 업체들도 많다.

이주노동자 사용은 노동 ”유연성”을 높여 착취율을 높인다는 신자유주의 의제와 떼려야 뗄 수 없다. 자본들의 경쟁 격화가 그 동인이다. 예컨대 유럽연합 신규 가입국 출신의 노동자들은 동앵글리아[현 노포크·서포크 주州의 옛날 식 지명 – 역자] 지방의 농업·식품가공업·유통업·슈퍼마켓에서 많이 일한다. 그 지역의 노동조건이 끔찍하고, 괴롭힘이 존재하며, 폭력배가 작은 마을을 운영한다는 증거가 있다. 그러나 이 지역의 사장들이 특별히 악독한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그들이 경쟁이 매우 치열한 시장에 휘말려 있다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 영국에서 먹이사슬을 통제하는 [대형] 슈퍼마켓들이 가격을 낮추라고 공급자들에게 가하는 압박은 다른 나라들보다 심하다. 슈퍼마켓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유럽연합 신규 가입국 출신 화물차 운전기사들은 종종 ‘0시간 계약’[정해진 노동시간 없이 임시직 계약을 한 뒤 일한 만큼 시급을 받는 노동계약 – 역자]을 맺는다. 필자가 인터뷰한 식품 포장 공장에서 일하는 폴란드 출신 노동자는 슈퍼마켓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더 빨리 일하라는 주문을 계속 들었다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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