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2호 2020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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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

그린 뉴딜, 기후와 경제 위기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이정구 21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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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린은 탈성장 주장이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기후 변화 반대 정책들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탈성장론자들은 향후 20년 동안 GDP를 10퍼센트 감소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2007~2009년의 경제 위기가 해마다 반복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처방은 사회 구성원들에게 매우 큰 충격을 미칠 것이다.

또한 폴린은 탈성장론자들이 이산화탄소 배출을 크게 줄이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단순 계산으로 보면 2015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32억 톤이었는데, GDP 10퍼센트 감축으로 기껏해야 3억 톤 정도만 줄일 수 있을 뿐이다. GDP를 10퍼센트 줄이기보다는 재생에너지 투자를 통해 일자리를 늘리고, 화석연료 사용을 대폭 줄여야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45퍼센트 줄이고 2050년에는 탄소배출을 0퍼센트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탈성장론자인 마크 버튼과 피터 소머빌은 폴린이 기후 변화만 강조하고, 생물 다양성, 깨끗한 공기, 물, 살만한 도시, 사회적·국제적 평등을 부차적으로 본다고 지적한다. 즉 현재 인간의 자원 소모가 생태적 수용 능력의 한계를 벗어나고 있는 점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버튼과 소머빌은 폴린이 대안으로 제시하는 화석연료 사용 감축과 재생 에너지 사용 확대와 경제 성장은 결코 양립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경제가 발전하면 탄소 배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선진국의 탄소 배출을 감축시켜도 풍선 효과처럼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에서 탄소 배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이들은 경제 성장 자체를 되돌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버튼과 소머빌은 역사적으로 재생에너지 확대가 화석연료 감소로 이어진 사례가 없다는 점도 지적한다. 재생에너지 사용이 늘면서 화석연료 사용도 늘었고, 현재와 같은 소비 수준으로 재생에너지를 충당하려면 재생에너지 활용이 18배나 증가해야 하는데, 현 상황은 이런 수준에는 전혀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재생에너지는 현재 화석연료에 대한 대체물이 아니라 보완물 기능을 할 뿐인 것이다. 그런데도 폴린의 정의로운 전환 프로젝트는 화석연료 산업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꼬집는다. 덴마크나 독일처럼 재생에너지를 개발하는 국가도 에너지 수요가 증가하면 화석연료(석탄 포함)를 증대시키는 것으로 대응하고 있다. 현재의 재생에너지로는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문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평가와 전망

폴린은 금융화된 신자유주의 만이 아닌 자본주의 자체가 문제라는 점을 이해하지 못했고, 환경 친화적이고 지속 가능한 자본주의 체제가 가능할 수 있다고 봤다. 그래서 폴린의 대안은 기껏해야 사회민주주의적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폴린은 화석연료를 줄이기만 하면 경제성장은 좋은 효과를 낼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하지만 경제가 성장하면 희소자원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이고, 그 수요에 대한 비용도 증가할 것이다. 이것은 오늘날의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이윤에 압박을 가할 수밖에 없다. 결국 환경을 파괴하는 생산방법이 이윤추구에 유리하기 때문에 자본주의에서 친 환경적 생산 방식을 도입하는 것은 계속해서 걸려 넘어지게 된다. 폴린은 이런 점을 놓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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