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3호 2020년 3~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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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논문

조국 자녀 입시 문제로 본 자본주의와 교육

정원석 전교조 조합원 162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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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가 계급은 전자본주의 사회의 지배계급과 달리 신분제도나 종교적 신념과 같은 것들로 자신들의 기득권을 정당화하기 어렵다. 자본주의 사회는 능력주의(또는 업적주의) 이데올로기를 통해서 ‘사회경제적 지위가 차등 분배’되는 것을 정당화한다. 여기에서 교육이 핵심적인 구실을 한다.1 지배자들은 대중으로 하여금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성적을 받으면 더 좋은 상급학교로 진학할 수 있고, 또 상위권 대학을 나오면 더 많은 소득과 더 높은 지위를 얻는다는 상식을 퍼트린다. 이를 통해 자신들이 누리는 부와 특권은 개인의 능력과 노력에 따른 정당한 대가이며, 천대받는 사람들의 가난과 차별은 자신이 게으르고 무능한 탓이라는 생각을 받아들이도록 애쓴다. 교육 경쟁에서의 실패와 그에 따른 결과를 정당화할 수 있으려면, 누구나 교육을 통해 계층 이동의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진다는 믿음을 심어 줘야 한다. 만약 대중이 교육 시스템을 불공정하게 여기면, 사회 시스템의 정당성이 의심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능력주의나 교육의 기회균등은 불평등을 은폐하는 기만적인 이데올로기다. 아동이 받는 교육의 질은 부모의 부와 소득 수준에 따라 천지차이다. 태어나는 순간 육아의 질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영아(0~2살) 단계에서부터 양육비는 큰 격차를 보인다. 2012년 기준 지출 하위 10퍼센트는 12만 원, 상위 10퍼센트는 78만 원. 고교생의 월평균 1인당 양육비 경우, 지출 하위 10퍼센트는 26만 원인데, 상위 10퍼센트는 187만 원으로 학령이 올라갈수록 그 격차는 커진다. 영아에서 고교까지 18년 동안 자녀 1인당 총 양육비를 추산한 결과, 지출 하위 10퍼센트는 4180만 원인데 반해 상위 10퍼센트는 2억 9341만 원으로 격차가 2억 5000여만 원에 달한다. 대학 교육비까지 포함하면 그 격차는 훨씬 더 벌어질 것이다.2

그들만의 리그

부유층 자녀들은 서민층 자녀와는 다른 특별한 교육을 받으며 자란다. 그들이 교육에 투자하는 대표적인 세 가지 전략은 사교육, 사립학교(일명 특권·귀족학교), 유학이다.3

우스갯소리로 강남에서는 기저귀 차면서부터 학원을 다닌다고 한다. 사설 영재교육원, 영어유치원 등. 고급 영어유치원 학비는 월 200만 원에 달한다. 과학고 입시 준비를 위해 초등학생때부터 대치동 학원에서 고등학교 교과목을 배운다. 여름 방학이면 해외 어학연수를 다닌다. 입시 컨설팅비로 매달 수백만 원씩 들여 학생부를 종합적으로 관리 받고 수천만 원짜리 족집게 고액 과외도 받는다.4

부잣집 자녀들의 전형적인 코스는 사립초-(국제중)-특목고·자사고-국내외 명문대다. 사립초등학교는 진정한 귀족학교다. 서울 사립초등학교 1년 수업료가 평균 약 652만 원으로 4년제 대학 등록금과 맞먹는다. 그 중 13곳은 연간 학부모 부담금이 1000만 원 이상이다. 교육과정과 시설이 공립초등학교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영어 원어민 수업과 다양한 예체능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15명 이하의 작은 규모의 학급으로 편성해 소집단과 개별화 수업이 가능하다.5 사립초등학교는 정·재계 인사 자녀들의 특수학맥의 원천이기도 하다. 경기초등학교는 삼성가 자녀들과 대통령 자녀들이 다닌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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