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4호 2020년 5 ~ 8월호)

지난 호

쟁점:현재의 이슈들

기본소득 ― 복지국가의 21세기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장호종 11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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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악화시키는 것에 반대’하는 것과 개선을 요구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일부 기본소득론자들은 무상급식, 무상의료 등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 재원을 어디서 마련할지는 말하지 않는다.26 기본소득 도입에 필요한 대규모 재원 마련을 위해 근로소득세도 대폭 인상해야 한다면서도, 공공서비스 개선을 위한 재원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은 이들의 주장이 얼마나 진지한 것인지 의문을 갖게 만든다.

더 나아가 가이 스탠딩은 기본소득 도입으로 정부의 돌봄 서비스 지출을 줄일 수 있다고도 주장한다.(이는 기본소득 만능론이 어떤 문제를 낳을 수 있는지 보여 준다.) “기본소득은 사람들이 돌봄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도록 유도하는 수단으로 볼 수 있다. 기본소득은 더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돌보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게 함으로써, 재무부의 공공·민간 돌봄 비용 부담을 줄인다. 기본소득의 순비용을 고려할 때 이 예상 절감액은 계산에 반영돼야 한다.”27

요컨대 기본소득 도입만 원포인트로 강조하는 것은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필요한 다양한 서비스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이런 문제점을 장차 개선해 나아가면 되지 않겠느냐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기본소득 도입이 저소득층의 처지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는 지극히 현실적이다. 우선, 일부 우파도 기본소득 도입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그들은 주로 복지 지출을 삭감하거나 최소한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 기본소득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복잡한 각종 수당을 하나로 통합해 최소액만 지급하고 각종 제도 운영에 필요한 인력 등 행정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기본소득론자들은 일단 전 국민이 수급 대상이 되면 기본소득 액수를 인상하기 위한 정치적 동력도 확보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그것이 그렇게 만만한 문제는 아니다. 기본소득 액수를 조금만 인상하려 해도 엄청난 재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우파들은 그런 인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바로 그런 점 때문에 일부 우파가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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