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6호 2020년 11~12월호)

지난 호

서평: 《인종차별과 자본주의》, 알렉스 캘리니코스, 책갈피 ─ 인종, 계급, 자본주의의 관계를 탁월하게 밝히다

임준형 171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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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이에 잘 들어맞는 사례는 건설업일 것이다. 기술보다는 근력이 더 요구되는 새로운 공법이 도입됐고 이 자리에 중국 동포를 중심으로 젊은 이주노동자들이 주로 유입됐다. 그러자 기존의 고령화된 일부 내국인 노동자들은 이주노동자들 때문에 일자리를 빼앗긴다고 여기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인종차별로 경제적 이득을 얻는 것은 백인 노동자(한국의 경우에는 내국인 노동자)가 아니라 자본가 계급이다. 저자는 마르크스주의 사회학자 앨 시맨스키가 1970년대 미국 50개 주의 백인 노동자와 흑인 노동자의 처지를 비교한 연구 결과를 인용해 이 점을 보여 준다. “백인 소득 대비 흑인 소득 비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백인 소득이 미국의 다른 지역 백인 소득보다 높”았다. 또한 “인종에 따른 차별이 심할수록 백인의 소득이 줄어든다. … 인종차별이 흑인 노동자와 백인 노동자의 단결을 해쳐서 노동조합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백인 노동자는 왜 객관적으로 이득이 되지 않는데도 인종차별을 받아들이는가? 저자는 흑인 급진파 지식인 듀보이스가 “공적·심리적 임금”이라고 불렀던 것을 통해 그 메커니즘을 설명한다. 백인 노동자에게 비록 현실은 팍팍해도 상대적으로 유력한 집단에 속했다는 위안과 안도감을 준다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인종차별은 백인 노동자와 백인 자본가를 하나로 결속하는 특정한 정체성(“상상의 공동체”)을 부여한다. 계급에 따른 불평등과 착취가 은폐되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마르크스의 종교 분석에 비유해 인종차별이 백인이 현실에서 겪는 고통에 대한 가상의 해법을 제시한다고 지적한다. 비록 그것이 틀린 것일지라도 말이다. 그리고 위기의 시기에 바로 공격할 수 있는 눈 앞의 속죄양도 제공한다.

요컨대 인종차별은 자본가 계급에 경제적 이득이 될 뿐 아니라 위기의 책임을 떠넘길 수 있는 훌륭한 통치술인 것이다. 그래서 자본가 계급은 의식적으로 인종차별을 부추긴다. 2018년 체감 실업률이 1년 넘게 상승하던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40~50대 가장의 마지막 피난처”라며 건설업을 콕 집어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 강화 방안을 발표했던 것은 이를 잘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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