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7호 2021년 1~2월호)

지난 호

마르크스주의와 인류세

커밀라 로일 177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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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연료 연소 충동을 낳는 모종의 본성이 우리에게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 만큼, 인간 본성이 각기 다른 종류의 사회의 필요에 따라 변해 왔다는 마르크스주의의 설명이 중요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아닌 게 아니라, 마르크스주의는 인간 본성이 고정되고 본질적으로 파괴적이어서 환경 문제의 원인이라는 생각에 대한 효과적 비판을 가한다. 예를 들어 생물다양성 보전에 관한 글에서 [마르크스주의자] 이안 라펠은 이런 염세적인 사고의 기원이 생물학적 결정론이라고 들춰낸다. 생물학적 결정론은 파괴적 행동을 야기하는 외견상의 경향이 우리 유전자 구성에서 비롯한다고 본다. 73

인간의 활동은 자연 세계와의 복잡한 관계 속에서 이뤄지지만 인간은 단지 개인으로서 이런 관계를 맺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고, 우리가 자연과 맺는 관계는 살고 있는 사회의 종류에 따라 매우 달라진다. 이 기본적인 점을 인식하는 것이 이 저널[《인터내셔널 소셜리즘》]의 필자들이 이 지면과 다른 곳에서 발전시킨 환경 문제 접근법의 핵심이다. 이런 접근법은 역사 전반에 걸쳐 사회가 변함에 따라 환경 문제가 어떻게 생기는지 보고, 자본주의가 환경을 파괴하는 구체적 방식을 연구할 기초를 제공해 준다. 이는 우리가 환경에 대해 더 합리적으로 접근하는 미래의 사회주의 사회를 상상할 수 있고 그런 사회에서는 사회관계도 그에 걸맞게 더 민주적이고 평등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74

각종 인간 사회는 환경과 연관을 맺어 왔지만 자본주의는 그 해로운 효과에서 이전 사회들과 구별된다. 예를 들어 봉건 영주는 농민과 농노를 착취했지만 그 자신과 신하들의 물질적 욕구만 만족시키면 됐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별 자본가들은 서로 경쟁하도록 즉, 자신들이 고용한 노동력을 착취해 더 많은 잉여가치를 축적하는 경쟁으로 내몰린다. 자본가가 잉여가치를 뽑아내 이를 다음번 생산에 투자하는 데 실패하면 파산의 위험에 놓인다. 75 클라인은 현대의 화석연료 산업에서 이런 일이 어떻게 벌어지는지 설명한다. 미래의 예상 수요를 충족할 원유와 가스 매장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투자자들이 떠나서 손해를 보게 되니까 더 많은 화석연료를 찾아 지구 곳곳을 뒤진다. 76 축적을 향한 이 상시적인 압력은 점점 더 많은 자연 세계를 소비될 수 있는 상품으로 바꿔 놓는다. 무어가 설명하듯이 자본주의는 15세기 중반부터 세계적으로 확장되면서 철, 은, 목재, 설탕 등 더 많은 상품을 찾기 위해 지구를 샅샅히 뒤졌고 그 확장 속도만큼 빠르게 삼림을 없애 버렸다. 77 즉 자본주의 발전은 생산력(기술, 자원, 관행과 지식 등 생산 과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의 대대적 확장과 나란히 진행됐다. 78

앵거스는 자본주의가 문제라는 데에 동의한다. 그러나 자본주의 중에서도 제2차세계대전 이후 자본주의의 특별한 발전, 즉 독점 자본의 등장이 환경에 끼친 영향을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거대 독점 기업들의 지배력이 커지면서 소규모 기업의 시장 진입이 차단되는 등 경쟁이 제한된다. 그 결과 초과 잉여가 생겨나는데 기업들은 이를 생산적으로 투자할 수단이 부족하게 된다. 79 앵거스는 또한 제2차세계대전은 20세기 전반과 후반을 구분하는 표지일 뿐 아니라 그 뒤에 일어난 사회적 변화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 사건이었다고 주장한다. 그는 전쟁 덕분에 미국이 유럽에 비해 경제적으로 유리한 지위를 차지하게 됐고, 전쟁 동안에 제조업 기술에 혁명적 발전이 이뤄졌으며, 전쟁 이후에도 군수와 제조업 부문에 대한 국가 투자가 더 일반적으로 유지돼 특히 미국의 독점 기업들이 혜택을 받았다고 지적한다. 80 독점자본론은 미국 경제의 성장 정체를 과장하고 마르크스주의적 분석에서 경쟁이 차지하는 구실을 과소평가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81 앞서 개략적으로 살펴봤듯이 성장 정체와 독점보다는 경쟁과 이윤 추구가 자본주의의 생태 파괴적 작동의 이면에 놓여 있는 강력한 동인이다. 그러나 앵거스는 좀더 일반적인 쟁점도 제기한다. 사회주의자들이 체제의 추상적 작동 원리만큼이나 20세기 동안에 자본주의가 변해 온 구체적 과정도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자본주의가 단순히 자연에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하지 않고 자본주의가 자연을 재구성했다고 말해 왔다. 예컨대 라펠은 ‘자본주의적 생태 환경’이 생겨났다고 설명하면서 단일작물 경작의 확대, 자원 공급 고갈, 폐기물로 인한 환경 오염 등으로 나아가는 경향 등이 그 독특한 특징이라고 말한다. “자본주의 하에서 적극 가공되는 생태 환경은 이윤을 향한 지배계급의 열망에 의해 결정된다.” 82 자본주의가 특정한 방식으로 생태 환경을 구축한다는 것을 마르크스주의자들이 받아들인다면 우리가 인류세에 살고 있다고 말하는 것도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달리 말해 자본주의는 지구적 규모에서 특정한 생태 환경을 만들었고 그 결과 이제는 지질학적 시기의 전환을 뜻하는 용어까지 필요하게 된 것이라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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