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7호 2021년 1~2월호)

지난 호

마르크스주의와 인류세

커밀라 로일 177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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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자들에게 인류세는 인간과 (나머지) 자연 사이의 관계, 과학자들이 진보적 정치에서 할 수 있는 구실, 마르크스주의 이론에서 환경 개념의 중심성 등에 관한 우리의 생각을 재고하도록 자극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인류세 개념의 효용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존 벨라미 포스터와 이안 앵거스 같은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인류세라는 개념을 완전히 지지한다. 15 포스터에 따르면, 옛 소련에서 지질학자 알렉세이 파블로프와 블라디미르 베르나츠키는 오늘날 인류세 관련 이론들에서와 마찬가지로 환경 변화에서 인간이 수행하는 능동적 구실에 대한 이해를 발전시켰다. 베르나츠키는 이미 1945년 저작에서 인류를 지질학적 영향력을 가진 존재로 설명했다. 포스터에 따르면 옛 소련 과학자들이 환경 사상에 기여한 바는 칼 마르크스의 변증법적이고 유물론적인 사상에 상당한 빚을 진 것이었다. 16

그러나 좌파 내 다른 사람들은 인류세라는 아이디어가 무익할 뿐 아니라 환경적으로 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데에 심지어 해롭기까지 하다고 여긴다. 나오미 클라인은 인류세라는 용어 사용이 쟁점을 인간본성론과 같은 것으로 환원시키고 자본주의의 책임을 면제해 준다고 주장한다. 17 안드레아스 말름은 인류세라는 아이디어가 인기를 끄는 것은 “문제의 일부일 수 있다”며 “애당초 옹호할 수 없는 개념”이라고 했다. 18 이 글에서는 과학자들 사이의 논쟁 일부를 요약하고, 좌파적 비판들을 일부 설명할 것이지만, 그럼에도 인류세 개념이 여전히 유용하다고 주장하고, 마르크스주의자들은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가 가진 도구들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릴 것이다.

인류세는 언제 시작됐나?

크뤼천은 노벨상을 수상한 대기화학자이고 오존층 파괴에 대한 연구로 유명하다. 스토머는 담수 생물학자다. 그러나 한 ‘세’가 끝나고 다른 ‘세’가 시작되는 시점을 판단하는 것은 보통 지질학자들의 몫이다. 지질학적 시간 단위는 지구상의 주요한 변화가 나타날 때를 기준으로 나누는데 이런 변화에는 암석층의 특징이나 생명 종의 급속한 변화가 종종 포함된다. 6500만 년 전에 시작된 신생대의 특징은 모든 비조류非鳥類 공룡의 멸종 등 생물종의 극적인 감소였다.(약어로 K-T 멸종[중생대 백악기 – 신생대 제3기 멸종]으로 표현한다.) 신생대의 시작은 조류와 포유류 시대의 시작이었다. 지질학자들은 화석 기록의 변화뿐 아니라 암석이나 퇴적층 혹은 빙하의 얼음 등에서 특별한 사건의 표식, 이른바 ‘골든 스파이크(황금못)’를 찾아내려 한다. 19 튀니지 엘케프에 있는 암석에서 측정된 이리듐 원소 함량의 급격한 상승은 해당 시기에 유성이 지구에 충돌했다는 가설과 일치해 공식적으로 신생대를 구분하는 지질학적 표식이 됐다. 20 황금못의 용도는 단지 지질학자들이 동의한 표식일 뿐, 지질학적 과도기에 벌어진 가장 중요한 사건을 대표하지는 않는다. 21 실제로 최근의 연구는 유성 충돌 자체는 관에 박힌 마지막 못 같은 구실에 불과했고 공룡은 진화 상으로 이미 포유류에 길을 내주고 있었음을 시사한다. 22

인류세의 시점에 대한 논쟁은 매우 많다. 인류세가 1만 1700년 전에 시작됐다는 즉, 홀로세 시점을 인류세의 시점으로 삼자고 제안하는 사람도 있다.(그렇게 된다면 홀로세에서 명칭만 인류세로 바꾸거나, 지질학자들이 홀로세라는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되 홀로세 전체를 인류의 시대로 받아들이는 게 된다). 홀로세는 가장 최근에 빙하기가 끝난 뒤의 시기다. 이 시기에는 북반구가 상대적으로 온난해져 인류 문명이 지구 전체로 확산되고 농업이 발전할 수 있었다. 23 이처럼 인류세 시작 시기를 아주 오래 전 과거로 잡는 주장 중에는 과거로 더 거슬러 올라가 인류가 대형 포유류의 멸종을 여럿 일으킨 시점 혹은 인간 활동이 발견된 첫 시기로 정하자는 의견도 있다.

인류세의 시점을 그토록 오래전 과거로 하자는 주장에는 나름의 몇 가지 근거가 있다. 초기 지질학 교재에서는 홀로세를 “인류가 지배한”, “인간과 생각의 시대”로 묘사했다. 24 인류세의 시점을 이처럼 먼 과거로 잡자는 생각에는 언제나 인류가 외부 환경과 복잡한 상호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 왔고, 인류 역사의 많은 기간 동안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인근 환경 조건을 변화시켜 왔다는 사실이 반영돼 있다. 우리는 수천 년 전부터 식물을 경작하고 동물을 가축화했다. 25 홀로세 중에 농업이 시작된 것은 인간 사회의 발전 경로에 영향을 끼쳐, 정착지에 지배층이 생기고 이런 사회들 안에서 계급과 성별에 따른 분할이 나타나게 됐다. 주디스 오어는 인류 사회가 환경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특히 성별 관계에 주안점을 두고 개괄한 바 있다. 그녀는 환경이 “우리 삶의 고정된 배경”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하며, 어느 정도는 인간이 만든 것”이라고 지적한다.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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