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7호 2021년 1~2월호)

지난 호

혐오 표현, 국가 규제 그리고 표현의 자유

양효영 170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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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 반대 운동 내에서는 우파적이거나 반동적인 표현에 대해 아예 발언 기회를 주면 안 된다는 주장들이 적잖다.

예컨대 서구에서는 트랜스젠더를 방어하는 사람들이 트랜스젠더 비판적 페미니스트들의 대학 강연을 못하게 막는 일들이 있었다. 한국에서도 워마드 등 분리주의적 페미니즘을 옹호해 온 윤김지영 교수의 강연을 그 주장에 비판적인 측의 항의로 몇 차례 무산됐다. 실로, 《젠더는 해롭다》(한국에서는 열다북스에서 출판) 저자 실라 제프리스 등이 트랜스젠더에 대해 매우 편견을 갖고 문제적 주장을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트랜스젠더 비판적 페미니스트들의 주장을 아예 막아버리는 것은 비생산적이고, 지나치게 방어적인 태도일 것이다. 생각이 다르다고 발언을 막아버리는 방식은 도덕주의적 분위기를 팽배하게 만들어 오히려 자유로운 토론과 사상의 발전을 가로막는다. 사실, 반대 측에서도 똑같은 방식을 사용할 수 있다. 얼마 전 트랜스젠더를 지지해 온 은하선 씨의 숙명여대 강연이 그 대학 내 트랜스 비판적 페미니스트들의 항의로 무산됐다.

따라서 동의하지 않는 주장들(그것이 보수적이고 우파적일지라도)에 대해 치열하게 논쟁하고 철저히 비판해서 중간에서 혼란을 느끼는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 애써야 한다. 그럴 때 차별을 조장하는 진정한 적(자본주의 지배계급)에게 초점을 맞추기가 더 용이해진다.

발언 기회 주지 않기(‘노 플랫폼’) 전술은 서구에서 혁명적 좌파들이 파시스트에 맞서기 위해 고안한 특수한 전술이다. 파시즘이 특별한 종류의 극우이기 때문이다. 파시즘은 단순한 우익이 아니라, 노동계급의 조직과 운동을 모조리 분쇄해 노동계급을 원자화하려는 특별히 반동적인 정치 운동이다. 파시스트 세력이 권력을 잡으면 혁명적 좌파만이 아니라 노동계급의 모든 조직과 운동(노동조합, 노동자 정당 등)을 분쇄한다. 표현의 자유 자체를 본질적으로 거부하는 파시스트들에게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 주는 것은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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