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7호 2021년 1~2월호)

지난 호

혐오 표현, 국가 규제 그리고 표현의 자유

양효영 170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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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구는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 국가는 지배계급의 이익에 복무한다. 그리고 법을 집행할 사법 기구들은 훨씬 억압적이고 대중의 통제를 받지도 않는다. 사법기구들 중 대중과 가장 접점이 많은 경찰은 혐오를 막아 주기는커녕, 그 자신이 혐오와 인종차별에 찌들어 있는 기구다. 경찰은 자본주의 지배 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존재하고, 그 질서 속 위계와 차별을 뼛속까지 내면화하고 있다. 그래서 올해 미국 전역을 흔든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시위는 경찰의 인종차별에 항의해 벌어졌다. 유럽 나라들에서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경찰에 의한 충격적인 인종차별적 살해 사건이 계속 벌어진다. 2019년 독일 경찰노조는 많은 경찰들이 독일을 위한 대안당AfD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2017년 4월 프랑스 대선에서는 경찰의 절반 이상이 파시스트 정당인 국민전선(FN)에 투표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기도 했다.

혐오 표현 규제 법제화는 무엇이 혐오 표현이고, 어떤 것이 처벌돼야 하는지에 대해 국가기구에게 더 많은 권한을 주는 위험성이 있다. 국가기구의 칼끝은 때로 우파들을 향할 수 있지만 언제든지 좌파에게로 향할 수 있다.

권위주의적 독재 국가들도 “혐오” 규정의 모호함을 이용해 혐오표현 처벌법을 반정부 여론을 억누르는 데 이용하기도 한다. 올해 홍콩 당국은 교사가 SNS에 “부적절한 발언”이나 “혐오 표현”을 올릴 경우 처벌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홍콩 시위에 참가한 교사와 학생에 대한 통제 강화의 일환이었다. 러시아에도 혐오 선동을 처벌하는 법률(형법 282조)이 존재하는데, 이는 극우만이 아니라 좌파, 소수 종교 집단 등을 억누르고 처벌하는 데 이용돼 왔다.

혐오 표현 규정의 모호함과 주관성 문제

이러한 사례들은 지배자들이나 우파도 “혐오 표현” 처벌을 자신들의 무기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이런 악용이 가능한 이유 중 하나는 “혐오”의 규정이 모호하고 주관적인 면이 있기 때문이다. 혐오란 주관적 호오好惡와 관련된 개념이다. 혐오란 대체로 불쾌하거나 더럽다는 느낌과 연결돼 있고, 그래서 그 대상을 제거하거나 배척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어지기 쉽다.

자본주의에 뿌리박힌 구조적 차별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양상이 혐오인 경우가 있다. 예컨대, 무슬림이나 난민에 대해 “테러리스트”라거나 “강간범”이라는 혐오 부추기기가 자주 동원된다. 기독교 우익들은 성소수자들이 사회와 가정을 무너뜨리는 주범이고, 에이즈를 옮기는 병적 집단이라고 혐오를 부추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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