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3호 2020년 3~4월호)

지난 호

쟁점:지금의 이슈들

정의당의 그린 뉴딜 ― 기후 위기 극복과 자본주의를 조화시키려 하기

정선영 93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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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4월 2일 〈노동자 연대〉신문에 발표한 기사에 각주와 보충 설명을 추가한 것이다.

총선을 앞두고 정의당이 ‘그린뉴딜’ 정책을 발표했다. 그린뉴딜은 2018년 미국 민주당 하원의원 오카시오-코르테스가 제안하고, 그 이듬해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한 미국 민주당의 대선 후보 버니 샌더스가 공약으로 발표해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은 정책이다. 영국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도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녹색산업혁명’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2

그린뉴딜이라는 말은 2007년에 처음 등장했고, 2008년 미국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가 처음 제기했다. 오바마의 그린뉴딜은 녹색 경제 성장이라는 방향 속에서 온건한 개혁 정책들을 포함한 것이었다.3

그러나 최근 부상한 그린뉴딜 정책은 그보다 훨씬 급진적인 제안이다. 예를 들어 샌더스는 2030년까지 전력·운송 부문을 재생 에너지로 전면 전환하고, 2050년까지 완전한 탈탄소화를 위해 10년간 16조 30억 달러(약 1경 9500조 원)의 공공투자를 하겠다고 했다. 이는 미국 연방정부 예산의 3.5배에 이르는 돈이다. 이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 2000만 개를 만들겠다고 했다.

이와 같은 정책이 나온 배경은 지난 10여 년간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발전한 기후 위기와 관련 있다.

수개월 동안 호주를 불태운 거대한 산불, 카리브해 섬나라인 바하마의 60퍼센트를 침수시킨 초강력 허리케인, 지난해 프랑스에서 1500명의 가난한 사람들이 폭염으로 죽어간 일들 … .4 많은 사람들이 하루빨리 기후 위기를 멈춰야 한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한국의 올해 1월 평균 기온은 2.8도로 평년보다 3.8도나 높았다. 제주도는 올해 1월에 역대 최고인 23.6도를 기록한 날도 있었다. 보통 3~4월에 피는 제주도의 유채꽃은 올해 1월 만발했다.

그런데도 세계 각국의 지배자들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는커녕 사상 최대 속도로 늘리고 있다. 거리로 나선 유럽의 청소년들과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절박하게 외치고 있는 이유이다.

특히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나라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온실가스 배출량은 증가하고 있다. 문재인은 석탄 화력발전을 줄이겠다고 공약했지만 박근혜 때 결정된 신규 발전소 건설은 지속하고 있다. 그것도 대기업들이 소유하는 형태로 추진해 사실상 발전 민영화를 추진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5

이번 총선을 앞두고도 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제대로 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안을 내놓지 않았다. 민주당은 ‘2050 그린뉴딜 비전’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당장의 탄소 감축 계획은 없이 30년 뒤에야 탄소 제로 사회를 만들겠다는 막연한 선언에 그쳤다. 탄소세도 ‘검토’하겠다는 것이고, 오히려 수소산업 육성처럼 친환경 공약이라고 보기 힘든 내용들이 포함됐다.6

미래통합당은 기후 위기를 막을 대책은 전혀 없이 탈원전 정책 폐기와 같은 반환경적 공약을 내걸고 있다.

주류 양당과는 차별되게 정의당이 한국판 그린뉴딜 정책을 내놓았다. (녹색당도 그린뉴딜 정책을 내놓았는데, 자세한 내용은 뒤의 보충 설명을 참고하라.)

급진적 성격, 모순적 방향

정의당은 2030년까지 탄소 배출을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2050년까지 순배출 제로를 이루겠다고 했다. 이는 2018년 유엔 ‘기후 위기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이 기온 상승을 1.5도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제시한 권고를 따른 것이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전기 생산의 4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는 석탄 화력발전소를 다 없애고 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내연기관 자동차를 전기차로 대체하고 2030년에 전기차 1000만 대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또 주택과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그린 리모델링을 하고, 탄소세를 도입하겠다는 등의 정책을 제시했다.7

정의당의 그린뉴딜에는 지지할 만한 정책들이 많다. 정의당이 제시한 것처럼 화석연료를 대체하고 에너지 효율을 높일 기술과 방법들은 이미 충분히 존재한다.

정의당은 그린뉴딜을 통해 “경제 대전환”을 이루겠다고 했다. 실제로 화석연료에 기반한 산업들이 경제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그린뉴딜 정책을 이루려면 현재의 생산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켜야 할 것이다.

기후 위기를 해결하겠다는 세계 지도자들의 말과는 다르게 여전히 세계 자본주의는 석유화학, 자동차, 석유정제, 플라스틱, 시멘트, 철강, 조선 등 화석연료에 기반한 산업들로 이뤄져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기업 아람코가 시가총액 세계1위 기업이고, 여전히 제국주의 국가들이 중동 패권을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특히 화석연료에 기반한 제조업이 경제의 핵심을 차지하는 한국은 그 정도가 더욱 심하다. 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2010년 1.2퍼센트에 비해 늘었지만 2018년 여전히 3.8퍼센트에 불과해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8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정의당의 화석연료 체제 전면 전환 정책은 화석연료 기반 산업들과의 전면적 투쟁을 통해서만 이뤄질 수 있다.

그런데 정의당은 그린뉴딜 정책의 급진적 성격과 모순되는 방향들도 동시에 제시하고 있다.

먼저, 그린뉴딜 정책을 통해 기후 위기 극복뿐 아니라 한국 경제의 성장도 이루겠다고 했다. 재생에너지, 전기차 등의 ‘녹색’ 산업에서 기술력을 높여 한국 자본주의의 신성장동력을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그린뉴딜을 통해 “박정희 대통령의 경부고속도로 건설과 산업화, 김대중의 정보고속도로 구축과 정보화에 비견되는 새로운 경제적 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9

물론 정의당이 추구하는 경제 성장 정책은 신자유주의적인 것이 아니다. 국가가 주도적으로 투자를 창출해 성장을 이끄는 것과 불평등 해소 등을 강조하는 케인스주의적 색채를 띠고 있다. 심상정 대표는 이를 혁신가형 국가 모델이라고 부른다. 이는 현재 정의당이 국유화와 같은 정책을 강조하는 좌파 개혁주의적인 지향보다는 상대적으로 시장 원리를 좀 더 인정하는 주류 사회민주주의적인 지향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 준다.

그러나 어떤 형태이든 자본주의에서 경제 성장(즉, 자본 축적)은 노동자 착취를 통해 이뤄질 수밖에 없다. 경제 성장을 강조하는 것은 정의당이 표방하는 진보적 지향과 긴장을 낳을 것이다.

실제 그린뉴딜 공약에서도 경제 성장과 친환경을 조화시키려다 보니 “전기차 1000만 대 시대” 같은 공약이 강조돼 있다. 물론 전기 생산이 친환경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전기차도 지금과는 다르게 친환경적 운송 수단이 될 수는 있다.10 그럼에도 교통 분야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려면 개별 가정이 전기차를 소유하는 것을 강조하기보다 철도, 버스 등 공공교통을 강조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일 것이다.

뉴딜정치동맹

정의당은 그린뉴딜 정책이 “미래세대, 새로운 산업, 시민사회 및 노동자와의 정치동맹을 통해 현실화”될 수 있다고 했다.11 노동자, 기업주 등과 대화와 설득을 통해 그린뉴딜을 추진해 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기후 위기가 심각하기 때문에 자본가들도 결국 화석연료 기반 산업들을 친환경 산업으로 재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물론 기후 위기는 자본주의 체제의 안정성도 위협하고 있다. 지배자들 중 일부는 이대로 화석연료 체제를 지속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떤 자본가들은 환경 문제의 해결책과 관련한 산업에 자본을 투자하고 이윤을 벌 기회를 노리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산업 등은 지난 수년간 성장해 왔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산업들은 기존 화석연료에 기반한 산업을 대체하는 수준으로 발전하지는 못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세계적으로 최종 에너지 수요에서 재생에너지는 연평균 2.5퍼센트 성장했다. 그러나 화석연료와 핵발전도 감소한 것이 아니라 연간 1.4퍼센트씩 성장했다.12 그래서 대표적인 신재생에너지인 태양광과 풍력이 세계 전력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기준으로 5.1퍼센트에 불과하다.

이처럼 기후 위기가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는 상황에서도 화석연료에 기반한 산업들이 줄지 않는 이유는 화석연료에 기반한 산업들이 자본주의 체제에 워낙 깊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산업들은 자본주의의 장기 성장 전망보다 단기적 이익에 몰두한다. 지금도 미국의 지배계급은 심각한 경제 위기와 저유가 상황에서 파산 위기에 처한 셰일가스 기업들을 살리기 위해 막대한 돈을 쓰고 있다. 셰일가스 기업들은 미국 투자위험등급 채권의 15퍼센트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 지배계급의 입장에서는 파산을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다.13

특히 자본주의가 세계화돼 있는 상황은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만약 한 국가에서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강력한 조처를 취한다면 다른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질 것이다. 미국 지배계급이 교토의정서에서 탈퇴하고 탄소 배출량을 감축하지 않는 것도 중국과의 경쟁 압력이 작용하고 있다. 이런 경쟁이 인류를 파멸로 몰아간다 하더라도 자본가들은 눈 앞의 경쟁 압력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경제 침체가 심화하고 기업들이 이윤 압박을 받을수록 자본가들은 비용 부담을 조금이라도 늘릴 정책들을 반대할 것이다. 지금도 자본가들은 규제 완화를 외치고 있다.

이와 같은 자본주의에서 자본가들이 순순히 화석연료에 기반한 생산을 전환하리라고 보는 것은 공상적이다.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화석연료에 기반한 생산을 전환하려면 기업주 및 자본가에 맞서는 거대한 투쟁이 필요할 것이다. 이런 투쟁이 성장해 결국 자본주의의 이윤 논리를 근본에서 거부하고 인류의 필요에 따라 사회를 전면적으로 재편할 수 있을 때에야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한 효과적 대응이 가능할 것이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기후 위기 대응 운동에서 “기후 변화가 아니라 체제 변화를!”이라는 구호가 외쳐지고 있는 이유이다.

이를 위해 기업들의 이윤 논리에 맞서 계급투쟁을 전진시켜 간다는 관점이 중요하다.

기후 위기로 인한 재난으로 노동계급과 가난한 사람들이 더 큰 고통을 받고, 이는 해고에 맞선 투쟁, 임금 삭감에 맞선 투쟁, 공공의료와 복지를 요구하는 투쟁 등 다양한 투쟁들을 더욱 격화시킬 수 있다. 이런 투쟁들에서 노동계급의 권리를 옹호하며 계급 투쟁을 전진시켜 가야 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그린뉴딜 정책에 대한 노동계급의 지지를 넓히려면 탄소세 인상과 이에 따르는 전기요금 인상을 노동계급이 아닌 자본가들이 부담하게 하는 방향성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14

결론

정의당의 그린뉴딜 정책은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급진적으로 산업을 재편하려는 방안이다. 그러나 사회민주주의적인 계급 타협적 지향 속에서 이 정책을 구상하다 보니 모순도 존재한다. 물론 이런 모순은 현재 대중의 의식에 존재하는 모순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앞으로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안과 관련한 토론이 활성화되기를 바란다. 정의당이 이번 총선에서 선전한다면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운동이 전진할 좋은 토양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녹색당의 그린뉴딜


녹색당은 정의당보다 더 급진적인 그린뉴딜 정책을 제시했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50퍼센트 줄이고, 2050년까지 ‘배출 제로’를 이루겠다고 했다. 여기에 2030년까지 탈핵도 이루겠다고 했다.

여기서 말한 ‘배출 제로’는 IPCC가 권고한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Net Zero와는 다른 것이다. 순배출 제로는 온실가스는 배출하더라도 탄소포집저장기술CCS을 포함한 다양한 기술적 해결책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수치상 ‘0’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녹색당은 “이와 같은 접근법이 위험한 기술적 해결책을 끌어들일 뿐 아니라 목표설정에 있어 모호한 타협을 가능하게 할 우려가 있어 ‘2050 배출제로’로 목표 설정을 명확히”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서구의 여러 국가들은 탄소 배출은 유지하면서 나무 심기 등을 통해 순배출 제로를 이뤘다는 식으로 홍보한다. 그러나 이런 식의 대안은 수치 맞추기 식 꼼수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녹색당은 탈성장이라는 관점에서 그린뉴딜 정책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정의당과 차이가 있다. 그린뉴딜 정책 발표 기자회견에서 녹색당은 “경제성장률이 아닌 탄소예산을 국정지표로 삼아 온실가스 감축을 최우선으로 삼는다” 하고 밝혔다. 정의당은 재생에너지와 신기술에 대한 투자를 강조했다면, 녹색당은 생산과 소비를 줄이는 방향의 정책들을 강조한 점에서 차이가 있다.

녹색당은 탄소세 도입, 토건 예산 감축 등과 함께 탄소 배출 기업 규제 강화, 에너지 요금과 세제 개편으로 2030년까지 에너지 소비를 50퍼센트 줄이기, 식량 자급률 100퍼센트 달성, 육식 소비 줄이기, 기존 건축물과 주택의 그린 리모델링, 교통량을 줄이는 도시계획과 대중교통 완전공영제, 장기적으로 무상교통 실현 등을 제시했다. 이와 같은 산업 전환 과정에서 가난한 사람들의 피해와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 기본소득과 3주택 이상 소유 금지 등도 제안했다.

녹색당의 정책에도 지지할만한 내용들은 많다. 탄소를 배출하는 기업들에게 세금을 부과하고, 교통량을 줄이기 위해 직장 근처에 공공임대주택을 건설하고, 대중교통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등의 개혁들은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녹색당의 제안 중에는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한 제도적 개혁과 함께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려는 방향도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육식소비 최소화”를 들 수 있다.

물론 축산업에서 방출되는 온실가스는 적지 않은 양이고, 이를 줄이려면 채식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또 비위생적이고 야만적인 방식으로 이뤄지는 자본주의적 축산에 대한 반감 때문에 오늘날 채식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이런 사람들의 선택은 존중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개인이 그런 선택을 하는 것과 “육식소비 최소화”를 사회적으로 이뤄야 할 요구로 제시하는 것은 다른 일이다.

축산업에서 지금과 같은 많은 온실가스가 발생하는 것이 불가피한 일은 아니다. 세계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현존 기술을 보급하는 것만으로도 축산업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18퍼센트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사료와 곡물을 키우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화석연료를 바꾸고, 사료를 개선하고 분뇨 처리 방식을 바꾸는 등으로도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다. 이윤이 줄어들 것을 우려하는 기업주들이 관련 투자를 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진정한 초점은 이윤을 위해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한 조처를 도입하지 않고 있는 기업주와 권력자들에게 맞춰야 한다. 개인들의 식습관을 바꾸는 것으로는 이들에게서 권력을 뺏어 올 수 없다. 개인의 라이프스타일 개선을 운동의 방향으로 강조하는 것은 진정한 원인을 흐리는 좋지 않은 효과를 낼 수 있다.

또 정의당과 마찬가지로 녹색당도 전기요금 인상을 기업주들만이 아니라 노동계급에게도 적용하려 한다. 노동계급의 소비도 절약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전기료 인상은 지금도 더운 여름에 에어컨 요금 때문에 전전긍긍하는 노동계급과 가난한 사람들의 처지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 이런 식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소비를 쥐어짜더라도 그 효과는 그리 크지도 않다. 한국의 에너지 소비에서 가정용 전기가 차지하는 비율은 13퍼센트 밖에 되지 않는다. 압도적인 부분이 기업들의 생산을 위해 쓰이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노동계급과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전기료를 인상하겠다는 방향은 기후 위기 반대 운동 건설에 좋지 않은 효과를 낼 것이다. 노동계급과 가난한 사람들의 전기료를 인상시키며 이들에게도 지금보다 더 적은 소비를 하라고 압박하는 것은 노동계급의 지지를 이끌어 내는 데 효과적이지 않다.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한 비용 부담은 기업주들과 부자들이 해야 한다는 방향을 분명히 하며 대중운동의 힘을 결집할 필요가 있다.

녹색당은 개인의 라이프스타일 개선과 함께 의회에서 의석을 늘리는 것을 통해 사회를 바꾸려는 의회주의 전략을 택하고 있다. 이는 이번 총선 과정에서 비례정당을 둘러싸고 민주당과 부적절하게 타협하는 것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진정으로 기후변화를 막으려면 계급투쟁적 방식을 통한 반자본주의 전략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1930년대의 뉴딜정치동맹


정의당은 1930년대 루즈벨트의 “뉴딜정치동맹”이 변화를 가져 왔듯 지금도 “그린뉴딜동맹”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1930년대의 “뉴딜정치동맹”은 노동계급에게 유리한 결과를 가져다 주지 않았다.

뉴딜 정책은 1929년에 시작한 대공황으로 인해 전체 노동자의 3분의 1이 실업에 빠진 상태에서 추진됐다. 당시 경제를 부양해야 한다는 것과 함께, 극심한 고통에 빠진 대중을 국가가 나서서 구제해야 한다는 요구가 컸다. 이런 상황에서 뉴딜 정책은 노동자 대중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자유주의적 정부에 의해 추진된 개혁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국가가 은행 예금에 대한 지급보증을 하고, 농산물 가격을 높이기 위해 정부 예산으로 농산물을 구매해 폐기 처분하는 것과 함께 대규모 토목공사 사업을 통해 230만 명의 청년 실업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정책들이 추진됐다.

루즈벨트는 일자리를 주고 제한적인 임금 인상을 용인하며 노동계급의 불만을 달래려 했다. 그러나 그는 더 급진적으로 나아가지는 않았다. 루즈벨트는 이윤 체제에 도움을 주는 선에서 자신의 개혁을 한정했다. 그는 국가를 통해 민간부문의 경기를 부양하려 했지만 시장경제를 규제하고 통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는 않았다.

이와 같은 정부 개입은 제한적인 효과만을 냈다. 경제 회복은 매우 더디게 진행됐다. 그나마 1937년이 돼서는 반짝 호황도 막을 내리고 “미국 역사상 가장 가파른 경기후퇴”가 나타났다. 결국 미국 경제가 산업생산과 고용률 등에서 대공황으로부터 완전히 회복한 것은 1941년 제2차세계대전에 뛰어들면서였다. 제2차세계대전 시기 국가가 경제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생산과 투자 등을 조직한 다음에야 대공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루즈벨트의 뉴딜 정책은 경제를 살리는 데 효과가 없었다.

반면 루즈벨트가 추진했던 개혁 정책들이 노동자들의 투쟁을 고무한 측면은 있었다. 1930년대 중반 미국에서 자동차 공장 노동자들의 점거 파업, 트럭 운전수들의 파업 등 대규모 노동자 투쟁들이 분출했다. 당시 노동자들은 강력한 공장 점거 투쟁을 통해 민주노조를 인정받고 임금 인상을 쟁취할 수 있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루즈벨트는 1936년 대선을 앞두고 친 노동자적 정책들을 발표했다.

그러나 루즈벨트는 당선한 후에는 경찰과 국토방위대를 투입해 노동자들의 파업을 파괴했다. 노동조합 관료들은 파업이 자신들의 통제를 벗어나 급진 좌파들의 영향을 받을까 봐 투쟁을 자제시키려 애썼고, 전투적 전술은 무시당했다. 결국 자신감을 회복한 사장들은 철강 산업에서 직장폐쇄라는 강수를 두며 노동자들의 투쟁을 가라앉혔다. 당시 1933년과 1934년에 파업을 선동하고 조직하는 데서 결정적 구실을 한 공산주의자들이 파시즘의 위협에 맞서 ‘진보적 부르주아’와 동맹해야 한다는 ‘국민전선’ 전략에 따라 민주당을 무비판적으로 지지하는 전술로 돌아선 것은 큰 약점이었다.

이처럼 루즈벨트의 뉴딜 정책 시기 진보세력이 루즈벨트 정부와 “뉴딜정치동맹”을 형성했던 것은 노동자 투쟁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런 정치동맹은 미국에서 보수양당 구도가 굳어지며 진보정당의 성장이 제약되는 악영향을 미쳤다. 1930년대에도 그랬고, 지금도 자본가들과 이들을 비호하는 자유주의자들과는 동맹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독립적인 계급투쟁을 강조해야 한다.

유럽은 다르다?


일각에서는 유럽은 좀 다르다고 한다. 유럽연합은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을 0으로 하겠다는 ‘그린딜’Green Deal 정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번 정책이 기후 위기를 막는 데 얼마나 실질적일지는 많은 환경운동가들이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2050년까지의 포괄적인 목표치를 제시했지만 당장의 구체적인 목표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웨덴의 청소년 환경 활동가 그레타 툰베리 등은 “‘2050년 탄소 순배출 제로’는 포기한다는 의미”라고 비판했다.

유럽은 이제까지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온실가스 규제를 지지하는 입장을 취해 오긴 했지만, 이는 미국이나 중국과 경쟁에서 자신들이 유리한 조건을 활용하려는 의도에 따른 것이었다. 이번 유럽의 그린딜에는 탄소국경세를 도입하는 등 미국과 중국 등을 겨냥한 보호무역 조처들이 담겨 있다.

“이것은 일부 자본주의 경제들이 다른 자본주의 경제들에 비해 탄소에너지 의존도가 약간 낮다는 사실을 반영한 것이다. 예를 들어 서유럽 국가들은 미국보다 탄소 소비가 적은데, 이것은 자체 석유 공급원이 없어서 그동안 석유 소비량을 낮게 유지해야 했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대규모 핵발전소들을 보유하고 있다. 영국은 제조업 규모가 반으로 줄면서 온실가스 배출량도 줄었다.”(크리스 하먼의 ‘기후변화와 계급투쟁’[2007년 〈맞불〉 68호]에서 인용)

그러나 이들이 진정한 대책을 내놓은 것은 아니다. 독일이 여전히 러시아에서 대규모 가스관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유럽은 제국주의 국가들로서 세계 곳곳에서 환경파괴를 일으키고 있기도 하다. 아마존의 열대 우림이 불타고 있는 주요 이유 중 하나는 루이 뷔통, 구찌, 보스, 프라다 등 유럽 명품 기업들을 위해서이다. 이들 기업들에게 가죽을 제공할 가축을 기르고, 가축에게 먹일 농작물을 재배하기 위해 아마존이 파괴되고 있다.

파리기후협약을 가장 먼저 비준하고,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노르웨이는 석유와 천연가스의 세계 주요 수출국 중 하나이기도 하다. 노르웨이는 지난해 역대 최대인 83건의 원유 생산 허가를 내 줬고, 새로운 탐사정도 57개나 뚫었다. 그러면서 국내에서는 재생에너지를 쓰기 때문에 친환경 국가라니 위선이 아닐 수 없다.

MARX21

참고문헌

포스터, 존 벨라미 2019, ‘불타오르는 우리 시대’, 플랫폼C, http://platformc.kr/2019/11/627/. Monthly Review Vol.71, No.6 (November 2019).
김승주 2019, ‘미세먼지 대책으로 노후 석탄 발전소 폐쇄?: 오히려 민간 석탄 발전소 늘리는 중’, 〈노동자 연대〉 299호.
녹색당 2020, [보도자료] ‘기후위기 막는 그린뉴딜’ 공약 발표 기자회견, http://www.kgreens.org/?p=23929.
이정구 2020, ‘그린뉴딜, 기후와 경제 위기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마르크스21》 32호.
장호종 2019a, ‘기후 위기와 새로운 기후 위기 운동의 등장 ─ 체제를 바꿔 기후 위기를 멈추자’, 〈노동자 연대〉 297호.
장호종 2019b,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 논란 ─ 주택용 전기요금 인하하면 환경 파괴가 심각해질까?’, 〈노동자 연대〉 291호.
정의당 2020a, ‘정의당 그린뉴딜 전략 발표 및 토론회 자료집’, http://www.justice21.org/newhome/board/board_view.html?num=124329&page=1.
정의당 2020b, ‘공약설명자료, 정의당 21대 총선 ‘그린뉴딜’ 공약’, http://www.justice21.org/newhome/board/board_view.html?num=124329&page=1.
정의당 2020c, ‘그린뉴딜로 한국사회 대전환을 이루겠습니다’ ─ 그린뉴딜 경제전략 발표 및 토론회 기자회견문, http://www.justice21.org/newhome/board/board_view.html?num=124329&page=1.
조윤택 2019, ‘국내외 재생에너지 보급 현황 및 주요 이슈’, 포스코 경영연구원.
최무영 2019, ‘수소차는 친환경 에너지 면에서 좋은 대안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노동자 연대〉 279호.

2 더 자세한 내용은 이정구 2020을 참고하라.

3 포스터 2019.

4 장호종 2019a.

5 김승주 2019.

6 최무영 2019를 참고하라.

7 정의당 2020a.

8 정의당 2020a, p14.

9 정의당 2020b.

10 지금처럼 전기가 화석연료와 핵발전에 기반해 생산되는 상황에서 전기자동차를 친환경 자동차라고 부르는 것은 터무니없다.

11 정의당은 1930년대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의 “뉴딜정치동맹”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데, 관련한 내용은 뒤 보충 설명을 참고하라.

12 조윤택 2019.

13 유럽은 미국과는 다르게 친환경 정책을 쓴다 하는 주장들도 있다. 관련한 내용은 뒤의 보충 설명을 참고하라.

14 장호종 2019b를 참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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