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16호 2016년 10~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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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권력 세습의 정치·경제적 배경과 전망 ─ 3대 세습 북한은 어디로?

김하영 1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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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3대 세습 문제는 2000년대 초부터 보수 언론에 오르내렸다. 숱한 보수 언론과 학자 들은 이 문제를 흔히 김정남이냐 김정철이냐 김정운(올해 9월 이전에는 김정은이 아니라 김정운으로 잘못 알려졌다)이냐 하는 일종의 점치기 식으로 다뤘고, 이것은 북한을 세계 어디에도 없는 예외적인 비정상 집단으로 그리기에 알맞은 소재였다. 김정은 후계자 ‘낙점’설은 2002년경부터 보도되기 시작해[1] 2009년 1월에는 거의 기정사실화했다.[2]

일부 자유주의적 학자들은 “특정인 후계자 지명설”이 “객관적 현실보다 지나치게 앞서가는 위험”이 있다고 경계했다. “북한이 공식화한 후계자론의 원칙을 감안해야” 하므로 “혈통 승계와 비혈통 승계의 가능성을 모두 열어놓아야” 한다고도 했다.[3] 그러나 북한 당국의 실제 행보는 북한 공식 담론의 “인물 본위 원칙”을 존중하려던 일부 자유주의 학자들의 조심스러움을 가뿐히 제쳐버렸다.

“혈통 승계” 전망을 경계하는 더 선명한 입장은 자민통 계열에서 나왔다. “핏줄 중심 논의의 경향성을 극복”할 목적으로 썼다는[4] 《세습은 없다 ― 주체의 후계자론과의 대화》는 그 한 사례다. 이 책의 저자 김광수는 “절실한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김정일의 ‘핏줄’에 의한 낙점설이 계속하여 흘러나오는 것은 다분히 정치적 의도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5] 대신에 김광수는 몇 가지 사실들이 “김정일로 하여금 자신의 후계자 문제에 대해 김일성 ‘적자’ 가계라는 ‘혈통’에만 집착할 수 없게 하고, ‘혈통’ 절대론에서 국가적 위기 극복과 국내외적 환경을 고려할 수밖에 없게 하는, 즉 ‘능력’ 중심론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정일의 ‘아들만’이 2기 후계자가 된다는 확증은 적어도 ‘북한적’ 시각으로 볼 때는 이론적 오류”라고 강조하고, “변화된 대내외적 환경으로 인해 능력 중심의 2기 후계자로 만들어질 수 있음에 주목하고자 한다”고 했다.[6]

그러나 김광수가 주목하고자 했던 가능성은 현실이 되지 않았다. 그는 “세습”이 부각돼 북한의 이미지가 훼손되는 것을 완화하고 싶었던 듯하다.[7] 그러나 그의 책이 출간된 지 채 2년이 되기 전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셋째 아들을 후계자로 내세우면서 그 목적을 제대로 이룰 수 없었다. 이것은 우익의 반북 선전에 맞서 북한을 대변·두둔·변호하는 식의 대응이 얼마나 무력한지를 잘 보여 준다. 김광수는 북한의 후계자론을 따라 “인물 본위”를 예측에 적용했다가 뒤통수를 맞은 셈인데 이것은 북한 당국이 설파하는 ‘말’, ‘이론’, ‘사상’을 그대로 믿고 좇아서는 북한의 현실을 제대로 이해할 수도, 전망할 수도 없다는 것을 잘 보여 준다.

물론 김광수가 빠져나갈 구멍이 없는 것은 아니다. 비록 김정일 위원장의 셋째 아들이 후계자가 됐지만, 그것은 ‘혈통’ 때문이 아니라 ‘능력’ 때문이라고 하면 된다. 이것이 바로 북한 “후계자론”의 설명 방식이고, 이에 따르면 어떤 경우에도 세습이 아니게 된다. 그의 책 제목이 《세습은 없다》인 이유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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