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3호 2020년 3~4월호)

지난 호

특집:세계를 뒤흔드는 아랍 혁명 ― 의미와 전망

리비아 혁명, 어떻게 볼 것인가?

김하영 18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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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니지에 이어 이집트에서 민중 항쟁이 전개되고 있을 때까지만 해도 독재자에 맞서 아래로부터 일어난 결연한 저항의 의미를 노골적으로 깎아내리는 사람은 적어도 진보진영 내에서는 보기 힘들었다. 그러나 이 반란이 리비아로 번져 그곳의 민중이 40년 넘는 카다피 독재에 맞서 온갖 억압과 빈곤을 종식시키고자 투쟁에 나서자 사뭇 다른 반응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친미’ 국가 튀니지와 이집트의 민중 항쟁을 “반미자주화 투쟁”이라는 프레임으로 보며 반겼던 자민통 계열이 이른바 ‘반미’ 국가 리비아에서 민중 항쟁이 일어나자 당황하는 기색을 역력히 드러낸 것이다. 그래서 일부는 리비아 민중 항쟁에 대해서는 말하기를 회피하거나 침묵하고,[1] 일부는 리비아 민중 항쟁에 노골적으로 반대하며 더 나아가 사실상 아랍 혁명 전체의 의미를 깎아내린다.

리비아 혁명에 대한 비방

리비아 혁명에 반대하는 자민통 계열 인사들은 리비아의 반란이 튀니지나 이집트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은 “리비아에서는 [튀니지와 이집트와는 달리] 각계각층 대중의 자연발생적 반정부 투쟁이 일어난 것이 아니라 [미국의 지원을 받는] 기존 반정부 세력이 조직적으로 반란을 일으키고 급속히 무장화”한 것이라고 주장한다.[2] 그래서 “무장 반란을 진압하려는 리비아군과 치열한 교전을 벌이는 가운데 미국이 리비아에 대한 무력 침공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3] 즉, 카다피 반대 운동은 미 제국주의와 동맹한 운동이고 미국 개입의 길을 닦아주고 있다는 것이다. 서방의 군사 개입이 시작되면서 이들의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렸다.

그러나 리비아 민중의 항쟁은 이집트나 튀니지에서와 마찬가지로 오래되고 끔찍한 독재 통치와 빈곤·실업 같은 경제적 곤궁에 맞선 저항이고, 미국과 서방 지배자들을 당황케 한 연쇄적 아랍 혁명의 한 고리다. 리비아 민중 항쟁이 미국과 동맹한 운동이라는 비방은 카다피 정권을 아직도 반미 정권으로 보는 자민통 계열의 정치적 오해에서 비롯한다. “카다피는 이집트의 무바라크와 전혀 다른 인물이다. … 카다피 정권은 미국과 한때 결사전까지 벌일 정도로 대립한 바 있는 반미 정권이[고] … 사회주의 노선을 펼쳤다.”[4] 곽동기 전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정책위원의 이 말은 범자민통 계열에 여전히 널리 퍼져 있는 착각을 잘 보여 준다.

몇 년 전 출판된 《미국과 맞짱뜬 나쁜 나라들》도 이런 사례다. 이 책은 “악의 뿌리”인 미국이 “악”으로 지목한 나라들은 ‘선’이라는 식의 흑백논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 적의 적은 친구라는 것이다. 이런 관점 속에서 이 책은 카다피의 리비아를 무비판적으로 옹호했다. 심지어 카다피가 2003년 미국·서유럽과 관계정상화를 한 뒤에도 여전히 “자본주의와 제국주의의 영원한 ‘적’으로서 저항하고 있다”고 두둔했다.[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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