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14호 2014년 여름)

지난 호

쟁점:오늘의 위기와 저항

오늘날 중국의 저항 운동

김용욱 54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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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말부터 시작해 2011년 말까지 지속되고 있는 아랍 혁명은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줬다. 아랍 혁명이 튀니지를 넘어 이집트로 정신없이 확산되던 1월 초, 일부 자본가들은 중국을 떠올렸다. 막강해 보이던 아랍 독재자들이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그들은 또 다른 강력한 독재국가인 중국은 과연 안정적일지 걱정했다. 좌파라면 아랍 혁명이 또 다른 독재국가인 중국으로 확산되는 것을 쌍수를 들어 환영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통일학연구소 한호석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수구 언론 매체들이 날조, 유포한 ‘재스민 혁명’이라는 말에 담겨진 또 다른 의미는 연쇄반응이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 순으로 ‘재스민 혁명’이 일어났으니, 머지않아 그 강력한 여파가 중동으로 번져 바레인, 예멘, 오만 등에서도 ‘재스민 혁명’이 일어날 것이며, 북아프리카와 중동의 ‘재스민 혁명’이 이란을 휩쓸고 마침내 중국에까지 밀려갈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 그러나 ‘재스민 혁명’의 연쇄반응에 대한 기대는 무지와 억측이 빚어낸 헛소리에 지나지 않는다.1

꼴 보기 싫은 보수 언론들이 위선적으로 중국의 민주화를 논한다고 해서 좌파들이 중국의 민주화 투쟁 가능성을 진지하게 검토하거나 그것을 환영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게다가 한호석의 주장은 매우 피상적이다. 왜냐하면 주류 언론과 서방 정치인 들의 주장을 자세히 보면, 중국에서 혁명이 일어나기를 바라기보다는 중국이 불안정에 빠지는 것을 걱정하거나 아랍과의 차이를 앞세워 대중 반란이 일어날 가능성을 부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가령, 세계적인 기업주 신문 <파이낸셜 타임스>의 한 칼럼니스트는 ‘중국인들이 이집트 혁명에서 고무받지 않는 이유’라는 글을 썼다.2 이것은 《포춘》 선정 5백대 기업 중 대다수가 중국에 진출해 있고, 2008년 세계경제 위기 발생 이후 중국이 세계경제의 회복에 기여한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기업주들만 이런 주장을 펴는 것은 아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중국학 연구자 사이에서도 중국 체제의 안정성을 강조하는 것이 유행했다. 이는 1989년 톈안먼 항쟁 이후 중국 공산당의 몰락 가능성 논의가 유행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예컨대 1989년 중국 공산당 최고위 관료들의 회의 기록을 편집해 《톈안먼 페이퍼》3라는 책을 낸 ‘중국 민주화 운동 전문가’ 앤드류 네이선은 최근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 인터뷰에서 이런 경향을 잘 보여 줬다.

뉴욕 콜럼비아대학교 정치학 교수인 앤드류 네이선은 중국 권위주의 체제가 “놀랍도록 견고하다”고 말했다. “물론 이 체제는 영구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이 체제는 약점이 있다. 그러나 동시에 매우 탄탄하다. 공산당 정권에서 당장 큰 변화가 일어날 조짐을 보기 힘들다. 왜냐하면 공산당 지도자들은 유연하고 역동적이고 똑똑해서 계속 나타나는 도전들에 성공적으로 대처했기 때문이다.” 최근 지도자들이 쫓겨난 중동 권위주의 정권과 달리, 중국 중앙정부는 국민들의 삶을 개선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고 네이선은 지적했다. “이런 설득을 가능케 했던 메커니즘으로는 지도자의 정기적 교체, 중간계급과 지식인의 포섭, 사회 불만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간헐적 타협 등이 있다.” 네이선은 “현 중국 공산당 체제는 새로운 종류의 권위주의 정권으로, 나는 이와 비슷한 정권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4

이른바 공산당의 통치 능력에 압도된 이런 견해는 저명한 중국 반체제 지식인들 사이에서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2011년 초 아랍 혁명 이후 몰아친 중국 정부의 반체제 인사 탄압 물결 속에서 수감됐다가 풀려나면서 전 세계의 관심을 모은 저명한 예술가 아이웨이웨이는 중국에서 대규모 저항이 발생할 가능성을 묻는 한 잡지의 질문에 “1989년에 발생한 것 같은 시위가 다시 일어나리라고 기대할 수 없다”고 답했다.5 공산당 독재에 항거한 이전 반란들의 실패라는 직접 경험에 바탕을 둔 이런 주장을 쉽게 기각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올해 혁명이 발생하기 이전 아랍 독재국가들에서도 비슷한 전망이 우세했던 것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단지 독재 체제의 유지에 이해관계를 가진 서방 정치인뿐 아니라 중동 전문가와 언론들도 대부분 이집트와 튀니지 독재 체제의 ‘안정성’을 강조했던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사태의 본질을 꿰뚫어 본 사람들은 극소수였다.

이집트의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이나 4·6 운동 같은 단체들은 무바라크 체제의 불안정성을 꿰뚫어 보고 혁명 이전부터 다양한 저항 운동들을 서로 연결하려고 노력했다. 국제 좌파 진영의 일각에서도 아랍 세계의 모순에 주목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 해마다 열린 카이로 국제 반전 회의와 이집트 사회포럼은 아랍, 특히 이집트 운동과 국제 좌파가 서로 조우하는 소중한 기회였다. 이들 중 상당수는 고전 마르크스주의에 바탕을 두고 아랍 세계의 모순을 분석했고, 머지않아 모순이 폭발할 가능성을 예측했다. 그리고 혁명 물결이 시작된 뒤에도 혁명의 성과와 전망을 가장 설득력 있게 분석했다.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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