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3호 2020년 3~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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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복지국가 논의 지형과 좌파의 과제

장호종 11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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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당들뿐 아니라 기성 정당들까지 보편적 복지와 무상복지 등을 내세운다. 특히 민주당(민주통합당)은 그 전부터 진보진영이 요구하던 복지 정책들을 대부분 자신의 공약으로 내놓았다. 부자들에게 세금을 걷어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하는가 하면 비정규직법 개정 등 노동 정책에서도 ‘좌클릭’을 거듭했다. 2011년 가을 당시 서울시장 오세훈이 무상급식에 반대하며 몽니를 부리다 결국 물러난 사건은 복지 논쟁의 좌경화를 극적으로 보여 줬다.

새누리당의 실질적인 주인이 된 박근혜도 이미 2010년 말에 이명박과 거리를 두며 ‘한국형 복지국가론’을 얘기했고 “아버지의 꿈” 운운하며 복지국가를 언급하곤 했다. 박근혜는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꾸면서 ‘복지’를 당 정강·정책 1순위로 올려 놨다. 심지어 전에는 “복지 함정에서 탈출해 자활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부여”(7조)한다고 했던 것을 “보편주의와 선별주의를 아우르는 평생맞춤형 복지를 한국형 복지 모형으로 설정”(1조 1항)한다고 바꿨다. 개정 정강 2조에는 “일자리 창출과 고용 안정을 국정 운영의 최우선 목표로” 한다고 돼 있다.

이명박도 지난해 11월 29일 열린 국가경제자문회의에서 “0~5세 아이는 국가가 반드시 책임진다는 자세로” 무상보육 정책을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물론 이명박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은 없다. 이명박은 2007년 대선 당시 무상보육과 함께 반값등록금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이내 ‘선거용’이었다며 발을 뺀 전력이 있다. 실제로도 2012년 들어 시행된 보육 정책은 “국가가 반드시 책임”지는 것과 거리가 멀었다. 그럼에도 진보진영의, 심지어 민주당의 복지 요구를 두고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비난을 퍼붓던 자가 대중의 압력에 밀려 말을 바꾸게 된 것은 통쾌한 일이다.

이처럼 새누리당까지 말로는 복지를 외치고 있지만, 복지 확대를 막으려는 우파의 공격이 실제로 멈추지는 않을 것이다. <조선일보>는 박근혜 비대위가 새로운 정강·정책을 발표하던 날 “정치권에서 ‘성장’이란 단어가 실종됐다”며 한탄했다. 며칠 뒤에는 “민주·새누리 복지 공약, 알고 보니 민노당 것 다 베꼈네” 하며 기성 정당들의 ‘좌클릭 경쟁’을 비난했다.

게다가 세계경제는 여전히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유럽 재정 위기가 해결되지 않는 데다가 2008년 이후 세계경제를 떠받쳐 온 중국의 경제성장률도 둔화하며 위기가 더 심화할 조짐을 보인다.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크게 낮아졌다. 위기가 심화할수록 정부의 재정 지출 우선순위를 두고 사회의 최상층과 압도 다수 대중 사이에 팽팽한 긴장이 생겨날 것이다. 당장 기업주들과 가장 가까운 관료 집단이 반발에 나섰다. 기획재정부는 복지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최근 정치권에서 나온 복지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검증하겠다고 달려들었고 청와대 경제수석 김대기도 “복지 과도하면 국가 부도로 가든지, 청년들이 다 갚아야 한다”고 협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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