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24호 2018년 3~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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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하비의 세계를 보는 눈》, 창비, 데이비드 하비, 최병두 옮김, 2017년 ─ 데이비드 하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책

이정구 2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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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가장 영향력 있는 마르크스주의자이자 《자본론》 해설가로 유명한 데이비드 하비의 책이 번역돼 나왔다. 2017년 4월에 출간된 《데이비드 하비의 세계를 보는 눈》이다. 이 책이 이전의 저서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것은 하비의 핵심 주장을 담은 글을 발췌하거나 수정해 한 권의 단행본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그 때문에 이 책 한 권으로 하비의 사상을 조망하면서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여러 저서와 논문 등으로 나온 내용을 발췌해 한 권으로 압축해 놓다 보니, 하비의 주장이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은 읽기가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1

하비는 매우 충격적인 사실로 책을 시작한다. 중국이 2011∼2013년에 소비한 시멘트의 양(66억 톤)이 20세기 100년 동안 미국이 사용한 양(44억 톤)보다 많다는 점이다. 이런 일이 왜 벌어졌고, 어떤 환경적·경제적·사회적 결과를 초래했을까? 이것이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하비의 문제의식이다. “이들 글에서 나의 목적은 우리의 지리를 만들고 새롭게 하는 과정, 그리고 그것이 인간 생활과 지구 환경에 미친 결과를 이해하기 위한 틀을 찾는 것이다.”(하비 2017, 22쪽. 이하 쪽수만 표기.)

하비는 1968년 반란 직후 볼티모어에서 벌어진 흑인들의 도시 폭동에 도움을 주기 위해 도시 주거 조건에 대한 연구를 했다. 그 과정에서 하비는 주거가 상품의 특성이 있다는 점을 보고 마르크스 《자본론》의 분석틀을 차용했다. 하비가 당시 지리학계에서 유력했던 실증주의 경향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방법론을 형성하는 데 마르크스의 방법이 큰 도움이 됐다.

마르크스의 방법

하비는 마르크스의 방법을 지리학에 적용하려면 마르크스의 기본 범주를 단순히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확대하고, 수정하고, 확장해야 한다고 봤다. 예를 들어 위기 형성의 역동성, 고정자본의 순환, 신용체계의 작동 등과 같은 점들이 공간과 지리에 대한 고려를 염두에 둬야 하며, 실제로 마르크스도 그런 점들을 고려했음을 분명히 보여 주는 풍부한 증거가 있다는 것이 하비의 주장이다. 일례로 《자본론》 앞부분에 “화폐란 ‘상품에 내재된 사용가치와 가치 간 대립을 발전시키는’ 교환의 ‘역사적 과정과 확장’을 통해 ‘필연적으로’ 형성되는 ‘결정체’라는 서술”(74쪽)이 있는데, 이런 점에서 교환이 국지적 굴레를 벗어나는 만큼 상품의 가치는 추상적 인간노동의 체현으로 점점 더 확장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시장교환과 자본순환의 지리적 통합 및 공간관계의 변화에 대한 연구가 중요하다는 점은 아무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하비는 마르크스의 주장에서 공간상의 교통이 가치생산적이라는 점, 공간적 장애를 극복하는 능력은 생산력에 속한다는 점, 사회적 노동분업은 공간에서 노동자의 집적과 생산력의 집중에 좌우된다는 점, 노동력의 가치는 지리적 상황에 따라 다양하다는 점 등이 지적돼 있음을 근거로, 마르크스 이론 전반에서 공간적 현상에 근본적 위상을 부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비가 만들어 낸 교통관계, 공간적 통합, 시간에 의한 공간의 절멸 등과 같은 널리 알려진 개념들이 이런 문제의식에서 생겨났고, 그의 이런 통찰들이 《자본의 한계》에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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