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1호 2019년 7~10월호)

지난 호

쟁점: 현재의 이슈들

서평 《우먼스플레인》, 《그 페미니즘이 당신을 불행하게 하는 이유》 ─ 급진 페미니즘의 과도함에 대한 예리한 지적

최미진 9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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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가분이 다룬 사건들의 상당수는 2016~2017년 사이에 벌어졌다. 이는 강남역 사건 이후 ‘여성 혐오’ 담론이 일약 유행하며 남성을 성범죄의 ‘잠재적 가해자’ 취급하던 분위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박가분의 설명을 보면, 애초에 진상도 불분명한 사건이 부풀려진 데는 급진 페미니즘을 한껏 수용하고 높이 띄웠던 일부 진보·좌파의 섣부르고 무리한 개입이 작용했음을 알 수 있다.

그중 특히 안타까운 것은 전북의 한 중학교에서 벌어진 고 송경진 교사 사건이다. 최근 광주교육청이 ‘수치심을 느꼈다’는 일부 학생의 말만으로 배이상헌 교사의 성평등 수업을 성범죄로 몰아 직위해제 하고 경찰에 수사의뢰한 일이 일어난 터라,15 이 사례가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두 사건 모두 교육청과 학생교육인권센터 측의 ‘피해자 중심주의’ 수용이 사태를 악화시킨 공통점이 있는 듯하다. 

박가분은 송 교사의 부인인 강하정 씨를 인터뷰했다. 그에 따르면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2017년 4월, 한 여학생이 야간 자율학습에 빠진 이유를 둘러대려다 치기 어린 거짓말을 했다.(‘송 교사가 짝궁의 허벅지를 만지고 나에게는 폭언을 했다.’) 그런데 평소 송 교사와 사이가 심히 안 좋던 교사가 학생들의 잡담만 듣고 곧장 경찰과 지역 교육청에 신고했다. 설상가상으로, 〈뉴시스〉는 지역 교육청에 공식 보고도 되기 전에 송 교사의 ‘성추행 사건’으로 이를 기사화했다. 이로 인한 낙인 효과는 돌이킬 수 없었다. 학교 측과 지역 교육청, 학생교육인권센터의 대처도 부조리의 연속이었다. 송 교사는 진상조사 절차도 없이 학생들과 즉시 격리됐고, 곧이어 직위해제됐다.

경찰은 당사자 학생을 조사해 보고 정작 일찌감치 내사종결했다. 이 모든 게 오해에서 비롯한 거짓말이었다고 당사자 학생이 실토했고, 학부모와 학생, 졸업생이 송 교사 탄원서를 조직했다. 그럼에도 해당 교육청은 어쨌건 ‘학생들과 부적절한 신체 접촉이 있음을 확인했다’며 강제 전보와 징계 절차를 추진했다. 학생들이 그 신체 접촉들은 폭력이나 성적 의미가 전혀 없었다고 밝혔지만 교육청은 이를 무시했다. 학생들의 탄원서가 ‘어른들에 의해서 오염됐다’는 것이다. 탄원서 제출 자체가 “2차피해”라는 교육청 관계자의 위협도 있었다고 한다. 결국 송 교사는 좌절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박가분이 이 사건을 “전북 학생인권교육센터의 무리한 실적주의, 교육감의 조직보위 논리 등이 낳은 비극”이라고 보는 이유다. 

한편, 이선옥은 안희정 재판과 ‘곰탕집 사건’ 재판 등을 계기로 크게 논란이 된 법원의 ‘성인지 감수성’ 개념 도입에 강력한 이의를 제기한다. ‘감수성’이라는 모호한 개념을 공정성과 엄밀함이 생명인 사법부의 판결 근거로 도입한다면 증거재판주의가 형해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선옥은 안희정 재판에서 논란이 된 ‘성인지 감수성’이 이미 그전부터 대법원 판례로 등장하기 시작했고, 그런 추세가 확대되는 것을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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