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1호 2019년 7~10월호)

지난 호

쟁점: 현재의 이슈들

서평 《우먼스플레인》, 《그 페미니즘이 당신을 불행하게 하는 이유》 ─ 급진 페미니즘의 과도함에 대한 예리한 지적

최미진 9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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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들의 통찰력

그 밖에도 두 책은 더 많은 사건과 쟁점들을 담고 있다. 그중 상당수가 흥미로운 토론거리이지만, 그 모든 내용들에 대한 견해를 이 서평에서 일일이 다 밝히는 것은 과욕일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독자들이 두 책을 직접 읽어 보기를 권한다. 

다만, 저자들이 다룬 몇몇 쟁점에 대해서는 강조점과 균형 면에서 동의되지 않는 점들도 있다. ‘혜화역 시위’20 대한 태도는 그 한 사례다. 물론 사회주의자들이 보기에도 그 시위를 주도한 분리주의적 페미니스트들의 주장과 구호, 조직 방식에는 온갖 난점이 존재했다. 남성 일반과 모든 조직에 대한 배타성, 어떠한 정치적 평가도 거부하는 비민주성과 소수 ‘이너서클’ 중심의 불투명한 조직 방식 등등. 저자들의 지적처럼, 워마드 한 회원의 홍대 남성 누드모델 불법촬영도 옹호할 수 없는 문제였다.

그럼에도 그 시위에 연인원 수십만 명이나 되는 여성들이 참가한 것은 그저 주최 측이 퍼뜨린 여성용 데마고기에 따른 게 아니었다. 주최 측의 정치적 주장과 전술만으로 그 운동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 운동 참가자들의 사회적 구성과 진정한 염원이 무엇인지가 핵심 준거가 돼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젊은 여성이 불법촬영에 대해 느끼는 불안감과 국가의 방치는 실질적인 문제다. 무엇보다 이 시위의 근저에는 젊은 서민층과 노동계급 여성들이 느끼는 사회구조적 성 불평등에 대한 정당한 불만이 깔려 있었다. 이런 객관적 차별의 실체가 없었다면 그런 대규모 운동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래서 (저자들이 과도하다고 비판하는) “문재인 재기해”라는 냉정한 구호에 깔린 불만도 균형 있게 봐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번지르한 말과 달리 성차별 개선에 실제로는 소홀했으므로 여성 청년들이 느낀 실망감은 정당했다. 배신감은 지금 더 깊어지고 있다. 따라서 문재인을 강력 성토한 건 그 시위의 장점이었지, 단점이 아니었다. 문재인 정부에 친화적인 주류 여성계가 애초 메갈리아를 칭찬했던 태도와 달리 ‘혜화역 시위’와는 거리를 둔 이유도 문재인 정부를 강력 비판한 그 운동의 전투성 때문이었다.

한편 다른 저자들과 달리, 오세라비는 페미니스트들의 과도함을 비판하는 데서 너무 나아가 여성 차별의 현실 자체를 부정하다시피 하는 태도를 드러낸다. 최근 오세라비가 전향 우익인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과 일부 공조하는 데까지 나아간 것은 특히 우려스럽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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