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1호 2019년 7~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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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 현재의 이슈들

서평 《우먼스플레인》, 《그 페미니즘이 당신을 불행하게 하는 이유》 ─ 급진 페미니즘의 과도함에 대한 예리한 지적

최미진 9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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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 여성단체 지도자들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간 그 정부에 입각하는 등 제도권에 진출해 정책 수립에 영향을 미치는 ‘성주류화 전략’을 실행해 왔다. 성주류화 전략은 자문·교육·연구 등 각종 명목으로 여성계에 예산을 할당하는 근거였다. 이 점에서 그 전략은 단순한 운동의 실천지침을 넘어, 운동 자체를 재생산하는 물적 토대가 됐다. 하지만 이는 여성운동의 관료화, 관성화 등 모순을 낳았다. 특히, 여성운동 진영이 배출한 고위 관료들과 정치인들이 여성 노동자들의 요구에 무관심하거나 때로 심지어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자 여성운동은 위기를 겪게 됐다. 한명숙 전 총리에게 면담을 요구한 KTX 여성 노동자들이 전원 연행된 사건이 대표적 사례다.

여기까지는 <노동자 연대>가 주목하는 바와 일맥상통한다.11 박가분은 여기에 최근의 현상에 대한 자신의 분석을 다음과 같이 적절하게 접목시켰다.

[성주류화 전략이 위기에 봉착한 가운데] ‘메갈리아’는 여성운동 진영의 눈에 하늘이 내린 절호의 기회처럼 보였다.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의 젊은 여성 이용자 사이에서 확산된 남성혐오 정서에 편승해서 다수의 젊은 여성을 여성운동 진영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계산이 작용한 것이다. 그 결과 한국여성재단을 비롯한 다수의 여성단체가 주관한 ‘2016년 여성대회’에서 메갈리아를 ‘3세대 여성주의 운동’이라고 공식적으로 ‘인준’하는 데 이르렀다. 또한 지난 5월에도 나윤경 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메갈만큼의 화력을 낸 세력이 이전엔 없었다는 거예요. 우리 모두 메갈에게 빚을 지고 있어요’라고 발언하며 메갈리아를 두둔한 바 있다. 이처럼 메갈리아-워마드 신드롬은 … 주류 여성운동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 이들의 담론적·이데올로기적 후원 아래 확대 재생산된 사건이다.”

오세라비는 2015년 8월 메갈리아 커뮤니티가 개설되기 직전에 이미 여성민우회가 ‘여성혐오 근절 캠페인’을 선언했다는 사실을 언급한다. 한국에서 회자된 적이 없던 ‘여성혐오’라는 키워드를 처음 던진 것은 주류 여성단체인 민우회였다는 것이다. 오세라비는 그 뒤 메갈리아가 20대 총선을 앞두고 소라넷 폐지 운동에 협력한 여성운동 출신 민주당 의원 진선미에게 1200만 원의 후원금을 모아 준 일도 상기시킨다.

오세라비는 주요 여성단체 간부들이 남 대 여의 이분법적(즉, 급진적) 페미니즘을 주창하는 것이 이들의 사회 상층부 진출 전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본다. 여성단체 상층부의 페미니스트들은 여성들이 사회적 약자임을 방패로 내세우는 동시에, “남성은 죄다 악당이어야만 한다.” 그래야 자신들의 인지도와 지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들이 민주당, 심지어 바른미래당의 의원이나 정부 관료로 진출한 구체적 사례들을 열거하며 오세라비는 이렇게 지적했다. “이들 여성 정치인들의 공통점은 당선권 내 비례대표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으로 직행하는 것이다. 여연[한국여성단체연합]의 상임대표를 지내면 비례대표 국회의원은 떼어놓은 당상이라는 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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