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1호 2019년 7~10월호)

지난 호

쟁점: 현재의 이슈들

서평 《우먼스플레인》, 《그 페미니즘이 당신을 불행하게 하는 이유》 ─ 급진 페미니즘의 과도함에 대한 예리한 지적

최미진 9 31
334 10 8
9/21
프린트하기 전체 보기 PDF 보기

하지만 여성이 고위직에 오른다 해서 그 과실이 곧 대다수 (노동계급과 서민층) 여성들에게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오세라비는 이렇게 반문한다. “유리천장을 뚫은 소수 여성의 성공이 페미니즘의 실현이고 그것이 자랑스럽게 여겨야 할 일인가?” 물론 유리천장은 구조적 여성 차별의 결과이므로 무너져야 마땅하다. 하지만 서평자가 보기에 노동계급 여성에게는 그 이상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사실 고위직에 진출하는 소수의 여성단체 지도자들과 달리, 노동계급 여성과 남성들은 급진 페미니즘의 남 대 여 프레임에서 얻을 게 없고 도리어 불필요한 갈등으로 피해를 보기도 한다. 저항을 통한 조건 개선을 위해 서로 단결해야 한다는 점에서 보면 말이다.  

남 대 여 이분법의 주요 난점

이 책의 저자들은 급진 페미니즘의 남 대 여 구도가 작위적이고, 남녀 대부분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가령 박수현은 섹스 칼럼니스트로 유명세를 탄 페미니스트 은하선이 급진 페미니즘의 핵심 전제를 직설적으로 표현한 다음의 칼럼을 소개한다.

“남성: 다리와 다리 사이에 덜렁거리는 살덩이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온 우주로부터 환대받는 존재. (중략) 촉망받는 남성이라면 성범죄자가 되더라도 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게 지장이 없도록 온 인류가 힘써준다. 태어남과 동시에 무료 자동 가입한 남성 연대에서 온 힘을 다해 도와주러 올 것이기 때문이다.” (〈한겨레〉, ‘거시기 사전’, 2017.7.27)

이는 곧 남성은 특권을 누릴 뿐 아니라 여성을 억압하기 위해 한데 뭉쳤다는 말이다. 게다가 이 ‘남성 연대’는 생물학적 본성처럼 타고났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수현은 이렇게 말한다. “이 음모론에 가까운 수사를 지지하는 증거는 지구상에 없다.”

마르크스주의자들도 남성 일반을 잠재적 강간범이자 특권층 취급하는 주장을 반박해 왔다. 특히, 남성은 동일체이긴커녕 계급으로 나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남성 중 특권을 누리는 자들은 극소수다. 노동계급의 현실로 눈을 돌리면, 여성 노동자들이 “독박 육아”를 하고 경력 단절과 저임금으로 고생하는 이면에 남성 노동자들은 흔히 여성보다 더 긴 출퇴근 시간과 살인적 노동시간, 더 빈번한 산업재해에 시달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닫기
x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