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1호 2019년 7~10월호)

지난 호

특집: 동유럽 민주주의 혁명과 신중국 초기 노동자 투쟁

동유럽 민주주의 혁명 30년 ─ 국가자본주의 체제 붕괴의 교훈

정선영 9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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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은 1917~1918년 러시아 혁명과 뒤이은 독일, 오스트리아-헝가리 혁명 이후 권위주의적 정부들이 가장 많이 무너진 해였다.

심각한 경제 위기와 계급투쟁의 결과 폴란드·동독·체코슬로바키아·헝가리·불가리아·루마니아 등을 수십 년간 강압적으로 통치한 스탈린주의 정부들이 잇달아 몰락했다. 이는 1991년 소련의 붕괴로 이어지며 냉전을 종식시킨 세계사적 사건의 출발점이 됐다.

30년 전 동유럽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하려면 오늘날 홍콩을 보면 될 것이다.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였고, 수많은 청년·학생들이 폭력 탄압을 무릅쓰고 거리로 나왔다. 오늘날 중국 정부는 홍콩 시위를 ”서구와 결탁한 음모”라고 비난하지만, 홍콩 시위는 중국 정부의 말과 다르게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한 대중운동이다. 30년 전 동유럽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도 한국의 일부 스탈린주의 좌파는 홍콩 시위와 관련해 억압적인 중국 당국을 편드는 끔찍한 입장을 취하거나, 어정쩡하게 침묵하고 있다. 30년 전에 좌파 운동진영에서 그런 혼란은 훨씬 더 컸다. 옛 소련과 같은 국가자본주의 체제를 사회주의라고 봤던 스탈린주의 좌파들은 1989년 중국 정부의 톈안먼 학살을 지지했다. 1991년에 소련에서 권위적인 국가자본주의 체제를 강화하려고 우익이 쿠데타를 벌였는데, 법무부장관 조국이 몸담았던 사노맹(사회주의노동자동맹)은 이를 지지하는 대자보를 대학들에 붙였다가, 쿠데타가 실패하자 슬그머니 떼냈다.1

자칭 “사회주의” 국가들이었던 동구권이 붕괴한 이후 한국에서 스탈린주의적 사회주의를 추구했던 많은 활동가들이 방향 감각을 잃고 사기저하 했다. 그 과정에서 사노맹이나 인민노련(인천지역민주노동자연맹) 같은 스탈린주의 좌파 단체의 주요 활동가들도 자본주의를 혁명적으로 뒤엎으려는 전망을 버리고 개혁주의로 전향했다. 오늘날 정의당의 일부 주요 지도자들이나 포스트마르크스주의 또는 자율주의를 추구하는 사람들 중에도 당시의 충격파 속에서 정치적으로 변신한 사람들이 많다. 일부는 우익으로 전향했고, 더 많은 사람들은 큰 회의감 속에 운동을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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