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1호 2019년 7~10월호)

지난 호

특집: 동유럽 민주주의 혁명과 신중국 초기 노동자 투쟁

동유럽 민주주의 혁명 30년 ─ 국가자본주의 체제 붕괴의 교훈

정선영 9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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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 시장 개혁 시도와 폴란드 연대노조

체제가 부딪힌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폴란드와 헝가리 등의 지배계급은 서방 시장에 기대는 방향으로 성장을 도모하려 했다. 외채를 빌려 수출 산업 투자를 강화하고, 서방 기업들과 합작을 강화하며 생산성을 높이려 했다. 헝가리에서는 서방 기업들과의 합작 회사가 수백 개 생겨났고, 폴란드 정부도 다양한 서방 기업들의 투자를 끌어들였다. 다른 동유럽 국가들은 더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지만, 그럼에도 그들도 서방과 거래를 늘렸다. 소련도 북러시아에서 서유럽에 이르는 대규모 가스관 건설을 1980년대 초에 진행했다. 1989년 10월 중순 무렵에 소련, 헝가리, 폴란드, 체코슬로바키아, 루마니아, 불가리아에 등록된 합작회사는 2090개였다.18

그러나 친 시장적 방향은 또 다른 문제를 낳는 씨앗이었다. 이들은 수출이 진척되면 외채를 상환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1974~1976년과 1980~1982년의 세계적 경기 후퇴의 여파로 1979~1980년에 폴란드는 경기 침체에 빠져들고, 헝가리는 외채 문제로 몸살을 앓는다.

그래서 1980년대 초에 동유럽 지배자들은 폐쇄 경제로 돌아가지도, 그렇다고 경제 개방을 강화하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직면했다.

이런 상황에서 1980~1981년 벌어진 폴란드 연대노조의 거센 투쟁은 동구권 지배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당시 폴란드 지배계급은 외채 위기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물가를 인상해 경제 위기의 고통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려 했다. 1980년 7월 물가 인상 정책이 알려진 날 전국 곳곳에서 항의 파업이 시작됐다. 몇몇 공장에서 경영자들은 임금을 인상해 주겠다며 노동자들의 분노를 무마하려 했지만 파업은 오히려 확대됐다. 조선소 노동자들은 공장 점거 파업을 벌였고, 다른 분야로도 파업이 확대됐다. 파업 노동자들은 지역의 연대파업위원회를 꾸렸고, 이 조직은 새로운 독립노조인 연대노조로 발전했다. 노동자들의 요구도 임금 인상, 연금의 확대, 언론 개방, 그리고 독립노조 결성의 권리, 반 부패 문제 등 경제적인 동시에 정치적인 것으로 확대됐다.

연대노조는 급속하게 성장했다. 단 두 달여 만에 당시 폴란드 인구 3500만 명 중 1000만 명이 연대노조에 가입했다. 노동자들의 강력한 파업 투쟁은 체제를 뒤흔들었다. 투쟁은 학생들의 점거 농성과 감옥 수감자들의 소요 등으로도 발전했다. 1981년 한 해 동안 폴란드의 146개 감옥 중 109곳에서 소요 사태가 벌어졌다. 가난에 찌들어 살던 농민들도 농민연대를 결성하고 점거 시위 등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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