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1호 2019년 7~10월호)

지난 호

특집: 동유럽 민주주의 혁명과 신중국 초기 노동자 투쟁

동유럽 민주주의 혁명 30년 ─ 국가자본주의 체제 붕괴의 교훈

정선영 9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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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소련의 야합에 의해 한반도에 38선이 그어졌듯, 동유럽도 영국 처칠과 소련 스탈린에 의해 소련의 영역으로 편입됐다. “제2차세계대전의 승자들이 전리품 배분을 논하던 때,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은 소련의 독재자 스탈린에게 동유럽의 미래에 관한 몇몇 제안을 손으로 휘갈겨 써서 전달했다. 처칠의 계획은 기본적으로 영국에게 그리스 공산당을 ‘처분’할 권리를 주면 소련은 불가리아·루마니아·헝가리에서 제 마음대로 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었다.”3

제2차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폭압에 시달렸던 동유럽 민중은 해방의 기대에 들떠 있었지만, 환상은 금새 깨져 버렸다. 소련은 탱크를 몰고 동유럽을 점령해 헝가리, 폴란드, 동독, 체코슬로바키아 그 밖의 다른 나라들에 소련과 닮은 정부들을 세웠다.

이는 강압적인 과정이었다. 예를 들어 1944년 불가리아에서는 해방된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평의회를 세우고, 파시스트를 체포해 재판하는 조사 위원회를 선출했다. 병사들도 평의회를 선출했다.4 그러나 소련은 평의회를 해체하고, 나치 치하에서 노동자들을 박해하던 국가기구를 차지한 후에 정부를 장악하기 시작했다. 동독에서 소련은 히틀러의 정보기관을 거의 그대로 물려받아 운영했다. 소련이 세운 정부들에는 나치의 점령을 지지한 정치인들도 포함됐다. 예컨대 1945년 3월 스탈린의 후원으로 세워진 루마니아 정부의 문화부 장관 미하이 랄레아는 히틀러를 열렬히 칭송한 인물이었다.5

이후 사회민주주의 정당들은 강제로 공산당에 통합됐다. 소련에게서 조금이라도 독립하려는 여지가 보이는 사람들은 정부에서 축출되고, 감옥에 갇히고, 종종 처형까지 당했다. 불가리아의 코스토프, 헝가리의 라이크, 체코슬로바키아의 슬란스키가 모두 처형당했고, 폴란드의 고무우카와 헝가리의 카다르는 감옥에 갇혔다.6

자신의 입맛에 맞는 정부를 세운 소련은 동유럽 국가들을 자신의 경제적·정치적 이익에 종속시켰다. 헝가리, 체코슬로바키아, 루마니아, 동독은 전쟁배상금을 소련에 지불해야 했다. 그래서 소련은 이들 나라의 공장들을 접수했고, 이 나라들이 자신의 제품을 엄청나게 높은 가격으로 수입할 것을 요구했다. 이 때문에 1940년대 말 헝가리에서는 식량 부족 사태가 아주 심각해서 1인당 평균 칼로리 소비량이 하루 850kcal 이하로 떨어졌고, 루마니아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풀과 나무껍질 그리고 진흙을 먹으며 지내는 일도 벌어졌다.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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