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1호 2019년 7~10월호)

지난 호

특집: 동유럽 민주주의 혁명과 신중국 초기 노동자 투쟁

동유럽 민주주의 혁명 30년 ─ 국가자본주의 체제 붕괴의 교훈

정선영 9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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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자본주의

이런 사회가 진정한 의미의 사회주의일 수는 없다. 마르크스는 사회주의를 노동계급의 자력해방 과정을 통해서만 이룰 수 있다고 봤다. 노동계급은 스스로 투쟁하는 과정 속에서만 더 큰 단결과 연대를 이루고 의식을 발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르크스는 노동계급의 투쟁을 중시했고, 이 투쟁이 전진하는 것을 통해 자본주의를 타도하고 노자계급과 피억압자들의 해방을 이끌어 가는 사회를 건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동유럽에서는 이런 과정이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팔레스타인 출신의 영국 혁명가 토니 클리프는 1947년 옛 소련과 동구권 사회가 사회주의가 아니라 국가자본주의라고 날카롭게 분석하는 책을 썼다.8

많은 사람들은 소련과 동유럽 국가들이 생산수단을 개인적으로(사적으로) 가지지 않고 국가가 소유했다는 점에서 이들 사회를 사회주의라고 본다. 그러나 국가의 소유와 사회주의는 결코 같은 말이 아니다. 이 점은 마르크스와 엥겔스도 분명히 지적한 바 있다. 엥겔스는 《공상에서 과학으로》에서 이렇게 썼다.

[산업이] 주식회사나 트러스트로 바뀌어도 혹은 국가의 소유물이 되어도 생산력의 자본으로서의 성격은 폐기되지 않는다. … 근대 국가는 어떤 형태를 취하든 본질적으로 자본주의적 기관이고 자본가들의 국가이며 관념상의 총 자본가이다. 생산력을 그 소유물로 만들면 만들수록, 국가는 더욱더 참된 총 자본가가 되고 더욱더 국민을 착취한다. 노동자는 여전히 노동자이고 프롤레타리아다. 자본주의적 관계가 폐기되지 않고 오히려 극단으로 치닫게 된다.9

만약 국가가 생산수단을 소유하고 통제하는 것이 사회주의라면 1970년대 박정희 시절이야말로 사회주의적이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사회주의가 되면 계급 적대가 사라지고, 그 결과 국가가 소멸할 것이라고 봤다. 생산수단의 국가 소유가 아니라 국가의 사멸이 진정한 사회주의의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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