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1호 2019년 7~10월호)

지난 호

특집: 동유럽 민주주의 혁명과 신중국 초기 노동자 투쟁

동유럽 민주주의 혁명 30년 ─ 국가자본주의 체제 붕괴의 교훈

정선영 9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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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많은 사람들은 지배계급이 표방하는 이데올로기만 보며 그 나라들을 사회주의라 규정했다. 그러나 “이승만의 자유당이 전혀 자유주의적이지 않았듯이, 박정희의 민주공화당이 전혀 민주적이지도 공화주의적이지도 않았듯이, 전두환의 민주정의당이 전혀 민주적이지도 정의롭지도 않았듯이, 히틀러의 나치, 즉 국가사회주의당이 전혀 사회주의와 관계 없었듯이”10 동구권 체제들도 사회주의가 아니었다. 한 사회를 규정할 때 그 체제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만을 보면 안 된다. 동구권 체제들이 자본주의적 경쟁적 축적이라는 동학에 따라 운영됐다는 점을 결정적으로 중요하게 봐야 한다. 이런 분석은 이데올로기만이 아니라 그 이면의 체제의 진정한 동학을 중시하는 역사유물론의 방법을 충실하게 적용한 것이다.

자본주의의 핵심 특징은 자본가들의 이윤 경쟁과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소련과 동유럽 국가들은 이윤 경쟁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었다. 동유럽 국가들은 비록 국내에선 경쟁이 없었지만 국제적으로는 서구 국가들과 경쟁했다. 시간이 갈수록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늘어나긴 했지만, 압도적으로는 군사적 경쟁이었다. 이는 서방 경제에서 기업들이 경쟁하는 것과는 달라 보이기도 했지만, 체제의 경제적 동학이라는 면에서는 같은 효과를 냈다.

동유럽 지배자들은 노동자들을 최대한 쥐어 짜내 만든 잉여를 산업 발전에 투입해야 이런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래서 소련은 1957년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기술을 가졌지만 노동자들에게는 기본적인 생필품도 제공하지 못했다. 이는 카를 마르크스가 《자본론》에서 묘사한 상황과 정확히 일치했다. 마르크스는 자본가들이 상품 판매 경쟁을 하다 보면, “축적을 위한 축적”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노동계급을 소외시키는 생산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국가 기구를 이용한 강압적 탄압이 일상이 됐다. 생산수단을 소수가 좌지우지 하는 사회에서 극심한 불평등과 부패도 당연히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축적 경쟁은 두 가지 결과를 낳는다. 한편으로 대규모 경제 위기를 낳고 다른 한편으로 지배계급을 무너뜨릴 잠재력을 지닌 노동계급을 만들어 낸다. 제 아무리 억압적이고 전체주의적인 국가도 노동계급을 무한정 통제하지는 못하는 법이다.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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