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1호 2019년 7~10월호)

지난 호

특집: 동유럽 민주주의 혁명과 신중국 초기 노동자 투쟁

동유럽 민주주의 혁명 30년 ─ 국가자본주의 체제 붕괴의 교훈

정선영 9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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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자본주의 체제의 성장과 위기

옛 소련과 동유럽은 국가자본주의가 가장 극단적으로 발전한 형태였다. 그러나 사실 경제 전체를 국가가 통제하는 경향은 이들 나라만의 특징은 아니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것은 제1차세계대전부터 1929~1934년 공황을 거쳐 1970년대까지 자본주의 세계 전체에서, 특히 상대적으로 취약한 나라의 경제에서 나타난 경향이었다.13

두 번의 세계대전과 1930년대 위기는 선진 자본주의 사회들에서 국가와 거대 기업의 대규모 융합을 초래했다. 이 점을 1916년에 부하린과 레닌이 제국주의를 분석하며 주되게 강조한 바 있다. 국가는 이렇게 규모가 커진 기업들을 해외 경쟁자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관세 등 보호주의 정책을 쓰고, 국내 기업 육성을 임무로 삼았다. 여러 자본주의 국가들이 자국 내에 철강·조선·항공·자동차 산업 등을 육성하며 산업 활동을 창출하고 통제하는 것은 전 세계적 추세였다.

특히 토착 산업 발전이 취약한 후발 자본주의 국가들은 이 경향을 두드러지게 추구했다. 후발 자본주의 국가에서 새로운 산업을 건설하려면 국가가 강제력을 사용해 가용 자원을 집중해야 했기 때문이다. “1930년대와 1940년대 무솔리니의 이탈리아, 페론의 아르헨티나, 바르가스의 브라질, 네루의 인도, 장제스와 마오쩌둥 치하 중국의 경제 발전에서 국가가 전면에 나섰다. 그로부터 몇 년 뒤에는 나세르의 이집트, 이라크와 시리아의 경쟁적 바트당 정권들, 부메디엔의 알제리, 버마의 군사정권 등 다양한 나라에서 그랬다.”14 1970년대 박정희가 추진한 산업화 과정도 대표적인 사례이다.

소련은 1917년 러시아 혁명으로 탄생했지만, 독일, 중국 등의 혁명이 패배하며 고립되는 상황 속에서 혁명의 대의를 버린 스탈린이 권력을 장악했다. 스탈린은 1928년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통해 서방과의 경쟁을 위해 국가자본주의적 축적을 폭력적으로 밀어붙였다.

동유럽은 1929년 대공황과 뒤이은 제2차세계대전 시기 독일 나치의 점령을 겪으며 산업이 매우 황폐해진 곳이었다. 예를 들어 폴란드는 나치 점령 기간에 인구의 16퍼센트가 죽었고, 자산의 20퍼센트가 파괴됐다. 그래서 전후 동유럽에서는 국가가 나서서 생산을 재조직해야 한다는 것이 당연시되는 분위기였다. 사적 자본주의 기업체들의 방해도 거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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