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1호 2019년 7~10월호)

지난 호

특집: 동유럽 민주주의 혁명과 신중국 초기 노동자 투쟁

동유럽 민주주의 혁명 30년 ─ 국가자본주의 체제 붕괴의 교훈

정선영 9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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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에서 총 생산물 중 소비로 가는 비중은 1928년에 60.5퍼센트였지만 1940년에 39퍼센트, 1985년에는 25퍼센트에 지나지 않았다. 반면 기계 등에 대한 투자 비율인 축적률은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유지했다. 동유럽 국가들의 경우 축적률은 약 40퍼센트에 달했다.17 그 결과 이윤율은 떨어졌다. 이는 경제 성장률이 시간이 갈수록 추락한 것에서도 드러난다. 소련의 공식 발표를 보더라도 소련의 연평균 성장률은 제1차5개년계획 동안에 무려 19.2퍼센트였지만, 1950년대에는 10.3퍼센트, 1971~1975년에는 5.7퍼센트, 1981~1985년에는 3.6퍼센트로 줄어들었다.

그래서 흔한 오해와 달리 소련과 동유럽에서도 경제 부침과 갈수록 헤어나오기 힘든 불황이 존재했다. 소련에서 이윤율 저하는 계획한 것에 비해 생산량이 빠르게 증가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획은 실행되지 않기 일쑤였고, 제한된 생산 능력은 군비와 같은 곳에 우선해서 투입됐다. 그래서 소비재는 더욱 부족해졌다. 서구에서는 불황이 만들어 놓은 생산물을 살 사람이 없는 과잉생산의 형태로 나타나지만, 소련에서는 생산물이 부족해서 사람들이 소비재를 사기 위해 긴 줄을 서야 하는 형태로 나타났다.

이에 더해 1960년대 말 이후 세계 자본주의 체제 내부에서 생산이 국제화되는 경향이 갈수록 커지면서 옛 소련과 동유럽 경제는 더욱 뒤처지게 됐다. 세계 자본주의는 국가자본주의 단계를 넘어서 크리스 하먼이 “다국적 자본주의”라고 부른 형태로 발전해 갔다. 자본의 집적과 집중이 심화하면서 기업들은 한 국가를 넘어 세계적으로 생산의 조직망을 넓혀 나갔다. 현재 미국의 보잉과 유럽의 에어버스가 세계 민간 항공기 생산의 9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고,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대부분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장악하고 있듯 거대 기업들은 세계 시장을 두고 경쟁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가는 약해지거나 사라진 것이 아니라 자국에 주요 기반을 둔 기업들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구실을 해 왔다.)

상대적으로 고립된 생산을 하며 군비를 통해 간접적으로 경쟁했던 상황에서는 뒤처진 생산성의 문제가 잘 드러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나 생산의 국제화와 무역이 발달할수록 문제를 가리기는 더욱 힘들었다. 옛 소련에 비해 무역의 중요성이 더욱 컸던 동유럽의 경우에는 이 문제가 더욱 심각하게 여겨졌다. 게다가 이렇게 동구권 경제가 부진한 상황에서, 경제 규모가 가장 컸을 때조차 미국의 절반 수준이었던 소련에게 군비 경쟁은 상당한 부담이었다.

이런 국가자본주의적 축적 체제의 심각한 위기 상황에서 노동계급의 거대한 저항이 거듭 분출했다. 1953년 동독 노동자들의 항쟁, 1956년 폴란드 포츠난의 노동자 봉기, 노동자 평의회를 탄생시켰던 헝가리 혁명, 1968년 학생과 노동자들이 함께 들고 일어섰던 체코슬로바키아의 봄, 1970~1971년 폴란드 항쟁 등. 1953년 동독, 1956년 헝가리, 1968년 체코슬로바키아의 반란은 소련의 탱크를 통해서야 진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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