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2호 2020년 1~2월호)

지난 호

쟁점:지금의 이슈들

서평 《공정하지 않다 ― 90년대생들이 정말 원하는 것》, 박원익·조윤호 지음, 지와인 ─ 20대 속죄양 삼기에 맞선 진보 청년들의 합리적 반론

최미진 9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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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마르크스주의 여성해방론의 관점에서 봐도 공명하는 바가 크다. 마르크스주의는 성차별이 자본주의 착취 체제와 긴밀히 연관돼 있음을 밝혀 왔다. 이는 남녀 노동자들이 자본주의 체제에 맞서 싸울 공통의 이해관계가 있음도 이해하게 해 준다. 

요즘의 진보 지식인들을 향한 저자들의 다음과 같은 개탄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과거에는 사회적으로 끔찍한 범죄가 발생하면 그 범죄 뒤에 있는 사회적인 구조를 이야기하려는 태도가 있었다. 실업의 문제라든가 지역공동체의 파괴라든가 한 개인의 실질적인 삶의 조건에 어떤 문제가 발생했는지를 파헤쳤다. 그러나 지금은 개인의 의식수준을 탓한다.”(178쪽) 

이 대목을 보며 서평자는 3년 전 ‘강남역 사건’5에 대한 진보·좌파 대다수의 반응을 떠올리게 된다. 자본주의가 가한 깊은 소외가 한 개인(범인)의 정신적·심리적 불안정과 범죄에 미친 영향을 살피기보다는 남성들의 ‘여성혐오’ 의식이 문제라며 남성 일반을 잠재적 가해자로 싸잡는 감정적 매도가 당시 여론의 주를 이뤘다. 하지만 이런 태도는 급진적 페미니스트들의 영향력 제고에는 도움이 됐을지언정, 정작 여성 대상 범죄를 줄이는 데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다. 

이 책은 20대 남성이 ‘여성혐오’적이라는 진보 내 흔한 주장에도 도전한다. 가령 저자들은 2018년 11월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조사 결과를 들어, 연령대가 낮은 남성일수록 오히려 가부장제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 준다. 20대는 윗 세대와 달리 남녀의 고정된 역할 관념이 해체되는 과정 속에서 성장한 세대라는 것이다. 버닝썬 사건이나 김학의 사건 등 권력층 성비리 의혹에 대해서도 20대 남성 대부분은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가해자를 처벌하길 원했다. 그런데도 마치 남성 일반이 이런 범죄의 공모자인 양 몰아가는 프레임(“남성 카르텔”6)은 부당할 뿐 아니라, “현실에 존재하는 권력·자본 카르텔을 붕괴시키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134쪽) 

부당한 매도

저자들의 지적처럼, 이런 부당한 매도가 반복될수록 평범한 젊은 남성들은 “돈 있고 힘 있는 놈들은 내버려두고 만만한 자신들만 두들겨 패는 것 같아 억울”할 수밖에 없다. 이 밖에도 진보 일각의 번지수 틀린 20대 남성 매도와 훈계에 당사자들은 반발해 왔다. 그런데도 “이런 반발을 두고 젊은 남성들이 보수적이고 혐오 문화가 강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하면, 이들을 보수와 기득권 정치의 지지자로 밀어내는 일이 된다”고 저자들은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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