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2호 2020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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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

그린 뉴딜, 기후와 경제 위기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이정구 21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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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정부가 많은 화폐를 발행해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는 것은 가능할지라도 그 다음 번에 경기순환이 잘 이뤄져 산업 투자가 순조롭게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잘못이다. 이윤율이 하락한다면 자본가들은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에서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은 결국 자본가들의 투자에 달려 있고, 자본가들의 투자는 이윤율의 등락에 의해 결정된다. 둘째, 앞의 것과 관련된 것으로, 정부의 초기 투자가 자본가들의 투자를 이끌어내는 데 실패한다면 정부가 발행한 막대한 화폐는 실물 경제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다.4 정부의 화폐 발행만으로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그린 뉴딜 지지자들은 누진세 강화나 부유세 등으로도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오카시오는 최고소득세율을 70퍼센트 높이자고 주장하고, 엘리자베스 워런은 부유세를 메기자고 제안한다. 이런 정책으로 연간 2700억 달러 정도(약 322조 원)를 마련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조세 불평등 연구를 전문으로 하는 가브리엘 주크만에 따르면, 워런이 내놓은 부유세 신설로 부자들의 자산 대비 조세 부담률이 3.2퍼센트에서 4.3퍼센트 증가하는 것은 맞지만 대다수 평범한 미국인들의 자산 대비 조세 부담률 7.2퍼센트보다 여전히 낮다. 또한 미국 그린 뉴딜 지지자들은 연간 7000억 달러(약 835조 원, 미국 GDP의 3.5퍼센트)에 달하는 국방비를 줄이자는 제안을 하지 않는다.

1930년대에 미국 대통령 루스벨트가 뉴딜 정책을 추진했지만 미국 경제는 공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다. 1937~1938년에 미국 경제는 또 다시 심각한 위기에 접어들었다. 산업생산은 1929년 대공황 직후의 수준으로 하락했다. 이는 뉴딜 정책으로 자본가들의 투자 의욕을 높이지 못했음을 나타낸다. 미국 경제가 산업생산과 고용률 등에서 대공황으로부터 완전히 회복한 건 1941년, 즉 제2차세계대전에 뛰어들면서였다. 루스벨트의 뉴딜정책과 같은 경기부양책으로는 민간 자본가들의 수익률 수준을 회복시켜 주지 못했고, 제2차 세계대전에서처럼 국가가 대부분의 경제를 장악하고 생산과 투자 등을 국가가 조직한 다음에야 대공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일찍이 국가가 민간자본을 대신해 생산과 투자를 대규모로 조직했던 독일과 일본은 1929년의 세계대공황에서 비교적 빨리 벗어날 수 있었다.5

그린 뉴딜 지지자들이 주장하듯 신재생 에너지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대규모로 만들려면 민간 투자 증가율이 지금 수준의 3배 이상은 돼야 한다. 하지만 자본가들은 이윤이 낮기 때문에 투자를 늘리려 하지 않는다. 따라서 그린 뉴딜 정책이 진정으로 효과를 내려면 투자와 생산 등에서 우선순위의 변화와 사회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가 동반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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