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2호 2020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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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

홍콩 항쟁을 둘러싼 한국 진보·좌파 내 논점들

이정구 21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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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송환법 개정 거부 운동에서 시작된 홍콩 항쟁이 송환법을 철회시키고 구의회 선거에서 대승을 거두며 잠시 숨 고르기를 하고 있다. 지금의 홍콩 상황에 대해 어느 누구도 끝났다고 여기지 않는다. 홍콩 저항 세력들은 다섯 가지 요구를 모두 쟁취할 때까지 항쟁을 끝내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다. 시진핑과 캐리 람도 저항 세력들을 꺾을 기회를 엿보며 시간을 벌고 있다. 지난 11월 28일 중국 광둥성 마오밍 시에서 벌어진 시위에서 참가자들은 홍콩의 인기 있는 구호를 본따 “마오밍 광복, 시대혁명”을 외쳤다.1 그 때문에 시진핑은 홍콩 항쟁이 중국 남부 지역, 특히 제조업 중심지인 광저우와 선전의 노동자들에게로 번지지 않을까 겁을 먹었을 것이다.

홍콩 항쟁은 한국의 진보·좌파들에게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큰 영향을 미쳤다. 단적인 사례로 변혁당은 홍콩 항쟁이 벌어지는 6개월 동안 학생회원의 입장 말고는 단체의 공식 입장이 나오지 않다가, 다행스럽게도 구의원 선거에서 범민주파가 압승을 거둔 뒤에 홍콩 항쟁을 지지하는 글을 〈변혁정치〉에 실었다.2 아마도 변혁당의 회원들 또는 지지자들의 관심사 때문에 이때라도 다루지 않을 수 없었던 듯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중국 사회의 성격에 대한 문제에서는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범자주파도 홍콩 항쟁에 관심이 높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2019년 12월 15일 ‘소통과혁신연구소’가 주최한 ‘중국특색사회주의와 조선 “우리식 사회주의”’에 참가한 청중들도 북한보다는 중국의 사회 성격과 홍콩 상황에 관심을 크게 나타냈다.

그런데 만사가 그렇듯이 뒤늦은 대응보다 잘못된 입장이 문제를 더 키울 뿐 아니라 사태를 더 꼬이게 만드는 법이다. 그러면 홍콩 항쟁에 대한 한국의 진보·좌파들의 잘못된 입장을 살펴보자.

홍콩 항쟁이 친서방 운동이라는 주장

대체로 중국이 모종의 사회주의(소위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라고 여기는 단체들 대부분은 홍콩 항쟁이 친서방 운동이고 심지어 항쟁 세력들은 미국의 사주를 받고 있다는 입장을 취한다. 대표적인 사례는 〈민플러스〉에 실린 김정호 씨(이하 존칭 생략)의 글이다. 김정호는 “미국의 개입과 책동이야말로 금번 홍콩 사태를 야기한 가장 중요한 요소이며 그 때문에 ‘미국’이라는 요인은 홍콩 사태의 본질을 규정한다”3고 적고 있다. 김정호가 바라보는 ‘홍콩 사태’를 요약하면, 슈퍼 강대국인 “미국이 단일 패권을 유지하는 데서 최대 걸림돌이 바로 중국”인데, 미국은 홍콩을 통해 중국을 약화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홍콩의 시위대 편에 서면 이것이 미국의 책동을 앞장서서 지지하는 셈이기 때문에 “홍콩 사태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면서 친시위대 입장에서 중국 정부에 가장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는” 〈노동자 연대〉를 비판하고 있다.4

우선 사실관계부터 따져 보자. 세계 패권을 둘러싸고 중국과 미국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중국을 비판하면 미국 편을 드는 것인가? 이런 논리는 전형적인 흑백 논리다. 〈노동자 연대〉는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서명한 ‘홍콩인권민주법’이 홍콩 항쟁과 무관할 뿐 아니라 “중국과의 제국주의적 경쟁에서 유리하게 이용하는 데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5 김정호는 이런 사실은 언급조차 하지 않으면서 홍콩 시위대 편을 드는 것은 미국을 이롭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것은 전형적인 진영 논리다. 미국과 중국의 대립은 두 제국주의 초강대국들의 갈등이다. 따라서 어느 편도 지지하지 않고 제3의 대안, 예를 들면 미국과 중국 노동자들의 단결과 투쟁을 추구할 수도 있다. 하지만 김정호의 머릿속에는 이런 가능성이 스며들 여지가 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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