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2호 2020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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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

홍콩 항쟁을 둘러싼 한국 진보·좌파 내 논점들

이정구 21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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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홍콩 반환 이후 홍콩 대중이 자신들의 정치적·시민적 권리가 제약당하는 것을 몸소 경험했다. 하지만 홍콩 시민들, 특히 청년들을 더 화나게 만드는 일은 홍콩의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적인 금융중심지 홍콩의 마천루 밑에서 인구의 5분의 1이 빈곤층으로 살아가고 있다. 빈부격차를 나타내는 홍콩의 지니계수는 0.539로 세계 최고를 기록했다. 홍콩의 ‘슈퍼 리치들’은 한 칸에 11억 원이나 하나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지만 청년들은 당방劏房에서 생활한다.21 청년들이 겪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2014년 우산운동과 이번 송환법 개정 반대 투쟁의 원동력이다.

이번 홍콩 항쟁은 민주주의 투쟁이기도 하지만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형성해 놓은 계급적 갈등에서 터져 나온 투쟁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투쟁이 한 발 더 전진하려면 계급적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노동자 계급이 전면에 나서야 하고 그들만이 갖고 있는 계급적 힘을 사용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거리의 투쟁뿐 아니라 생산 현장에서 파업을 확대하는 투쟁도 조직돼야 한다. 그러려면 친중파와 민주파 노동조합과 노동자들이 서로 연대하여 공동의 적에 맞서 투쟁을 벌여야 한다. 그리고 광저우나 선전 같은 중국 내륙의 노동자들과 연대를 구축하는 작업도 함께 진행해야 한다.

많은 진보·좌파들이 홍콩 항쟁을 다루긴 했지만 계급투쟁적 관점에서 다루지는 않았다. 물론 계급투쟁적 관점이 현실에서 구현되려면 홍콩 노동자 계급이 더욱 나서야 하고, 홍콩과 중국 노동자들의 연대 등이 구축돼야 할 것이다. 이는 만만치 않은 과제일 것이다. 그럼에도 거리 시위만으로 홍콩의 민주주의를 전진시키는 것은 더욱 어려울 것이다. 강력한 중국과 그들이 보유한 인민해방군에 대적하려면 홍콩 노동계급과 민중의 투쟁과 함께 중국 노동계급의 연대를 발전시키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길일 것이기 때문이다.

MARX21

참고문헌

김영익 2019, “홍콩 항쟁은 분리독립 운동인가?”, 〈노동자 연대〉 305호 2019년 11월 20일자.
김정호 2019a, “미국의 패권 전략과 홍콩 사태(1)”, 〈민플러스〉 2019년 12월 11일.
김정호 2019b, “미국의 패권 전략과 홍콩 사태(2)”, 〈민플러스〉 2019년 12월 13일.
김해인 2019, “[편집자의 글] 홍콩 시위 단상”, 《정세와 노동》 154호.
류영하 2019, “홍콩시위는 中·英 정체성 충돌 때문… 中 무력개입 희박”, 〈서울신문〉 2019년 8월 29일자.
이원웅 2019, “미국의 ‘홍콩인권민주법’은 홍콩 항쟁에 해악적이다”, 〈노동자 연대〉 306호 2019년 11월 29일자.
이종태 2019, “홍콩의 자유는 싫지만 홍콩의 자본은 너무 좋아”, 〈시사인〉 2019년 12월 10일.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0796
이주용 2019, “홍콩의 저항 – ‘본토 vs 홍콩’을 넘어: 억압과 지배자들에 맞선 싸움으로”, 〈변혁정치〉 97호, 사회변혁노동자당.
장정아 2006, “홍콩인: ‘국제도시의 시민’에서 ‘국민’으로”, 《종족과 민족》 김광억 엮음, 아카넷.
한수진 2019, “홍콩 항쟁이 본토 남부로 번질까 우려하는 시진핑 정부”, 〈노동자 연대〉 307호, 2019년 12월 5일자.
民研 2019, “「香港人」身分認同創新高 僅 11% 市民自稱「中國人」”, 〈立場新聞〉 2019년 12월 18일자. https://www.thestandnews.com/politics.
Hung Ho-Feng 2010, “Uncertainty in the Enclave”, New Left Review No.66. Nov-Dec 2010.
1 한수진 2019. 이 때 광복光復restoration은 중국으로부터 독립獨立한다는 의미의 해방liberation은 아니다. 하지만 광복의 의미가 모호하기 때문에 그 구호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그 의미를 제각각으로 이해하고 사용한다.
2 이주용 2019.
3 김정호 2019a.
4 김정호 2019b.
5 이원웅 2019.
6 김해인 2019.
7 노사과연은 마오쩌둥 시대의 중국은 사회주의라고 본다. 덩샤오핑이 집권하면서 시장 개방을 통해 “양적으로, 질적으로 이미 그 한계를 넘어선 것으로 보”기 때문에 더 이상 사회주의 사회라고 보지 않는다. 하지만 중국에서 1978년부터 개혁개방이 시작된 뒤로 사회구조와 특히 계급 관계의 변화가 없었다. 따라서 당시에 사회주의가 자본주의로 이행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중국은 1978년 이전부터 다시 말하면 1949년 마오쩌둥이 권력을 장악한 신중국 수립 때부터 사회주의가 아닌 국가자본주의였다고 보는 것이 더 설득력 있는 설명이다. 자세한 내용은 찰리 호어의 《천안문으로 가는 길》(책갈피 펴냄)을 보라.
8 2019년 12월 15일 소통과 혁신 연구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정성희 소장이 이런 입장을 밝혔는데, 대다수 자민통 활동가들도 이와 비슷한 견해일 것이다.
9 국가안전법은 국가의 안전뿐 아니라 인민민주독재, 중국특색의 사회주의 제도, 인민의 근본 이익, 개혁개방과 사회주의 현대화 건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등을 위배하거나 반대하면 처벌할 수 있는 매우 포괄적이고 자의적인 법률이다.
10 김정호 2019a.
11 이종태 2019.
12 대외의존도가 높다고 하는 한국도 수출입 규모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기준으로 80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
13 〈중앙일보〉 2019년 11월 19일자. “홍콩 상장기업 대부분 중국계 자본 … 증시 폭락 가능성 낮아.”
14 Hung Ho-Fung 2010. 훙호펑은 세계체제론자인 조반니 아리기 등과 함께 《중국, 자본주의를 바꾸다》(미지북스 펴냄)를 펴냈다.
15 홍콩이 소수민족으로서 민족적 억압까지 받는 티베트나 신장위구르와는 다르다는 점에 대해서는 김영익(2019)을 참고하라. 그런데 노사과연은 홍콩을 티베트와 같은 처지라고 보는 듯하다. 친미 세력이 시위를 주도하는 홍콩이나 제국주의 후원을 받는 봉건 시대의 국왕이 지도하는 티베트를 지지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티베트의 독립은 중국의 진짜 마오주의자들과 함께할 때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이는 티베트를 중국에 복속시키고 민족적 억압을 시작했던 인물이 바로 마오쩌둥이라는 사실을 무시하는 태도다.
16 民研 2019.
17 류영하 2019.
18 장정아 2006, pp286-287.
19 2019년 11월 24일 구의원 선거에서 범민주파가 압승을 했지만, 득표수를 보면 전체 투표자 294만 명 중 범민주파는 167만 표(389석)를 얻었고, 친중파인 건제파는 123만 표(62석)를 얻었다. 친중 입장을 지닌 사람들이 여전히 많이 존재한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또 노동조합 지형으로 보더라도 친중파 노조인 홍콩공회연합회工聯會와 범민주파인 홍콩직공회연맹工盟으로 나뉘어져 있고, 홍콩공회연합회 조합원이 홍콩직공회연맹보다 더 많다.
20 김정호 2019a.
21 당방劏房은 아파트의 방 한 칸을 몇 개로 쪼개 원룸으로 만든 방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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