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2호 2020년 1~2월호)

지난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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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시적 군사 경제

최일붕 51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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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생산적 소비로 격차 메우기

그런데 앞서 언급한, 생산된 상품과 대중의 구매력 사이의 격차를 생산 수단이 아닌 무기에 대한 투자 지출로 상당 부분 메운다고 가정해 보자. 무기 생산은 사치품이나 광고·마케팅 또는 투기처럼 생산재도 소비재도 아닌 비생산적 지출 형태다. 물자가 상당 부분 비생산적 부문으로 전용됨에 따라 생산적 부문의 자본의 유기적 구성 증가율은 둔화되게 된다. 그리하여 이윤율 저하 경향은 상당히 뒤로 늦춰지게 된다.10 크리스 하먼은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11

물론 대규모 무기 부문은 다른 상황에서였더라면 증대하는 생산적 투자로 사용될 수도 있었을 자원의 대량 낭비를 나타냈다. 그러나 오랜 시간 동안 이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 듯했다. 부담은 미국 경제를 지배하는 대기업들 사이에서 거의 균등하게 분담됐으므로, 생산적 투자를 확장할 각 기업의 능력은 대략 동일한 양으로 억제됐다. 그 결과 단기 경제 성장이 전에 경제 주기의 ‘호황’ 부분에서 지녔던 열광적인 속도에는 결코 이르지 못하는 것이었던 반면, 그것은 주기의 불황 부분에서 겪었던 중단 같은 것은 겪지 않았다.
전후戰後와 전전戰前 경제를 비교하는 것은 이솝 우화의 토끼와 거북이를 비교하는 것과 같았다. 전전 경제는 빠른 속도로 약진하다가, 숨을 헐떡이며 갑자기 멈추었다. 거대한 무기 비용의 낭비라는 ‘부담을 안고 있던’ 전후 경제는 더 느리게 전진했으나, 예전처럼 돌연히 멈추지는 않았다. 그것의 이윤율은 억제되지 않았으며, 그래서 그것은 해마다, 10년마다 계속 전진할 수 있었다. 그것의 장기 성장률은 그 전 어느 때보다도 높았다. 그리하여 세계 체제는 “1950년과 1965년 사이에 1913년과 1950년 사이보다 두 배 빠르게, 그리고 이 전 한 세대 동안의 거의 절반의 속도로” 성장했다.

미국과 소련의 이러한 군비 지출은 잉여 가치의 일부를 낭비적 ― 비록 지배 계급들의 제국주의적 필요를 충족시킨다는 뜻에서 그들에겐 ‘생산적인’ 낭비겠지만 ― 생산으로 전용하는 한편, 미국과 전 세계의 수요와 고용 수준을 떠받치는 구실을 했다. 이것은 다른 경제들, 특히 서유럽과 일본의 경제들이 자기들 이윤의 훨씬 더 많은 부분을 신규 공장과 기술에 대한 투자에 쏟음으로써, 그리하여 그 생산물을 수출 ― 특히 미국으로 ― 함으로써 성장할 여지를 만들어 줬다.

이 덕택에 독일과 일본 경제는 장기 호황 동안 급성장했다. 초강대국들과는 달리, 그리고 정도는 덜하지만 영국과 프랑스와도 달리, 독일과 일본은 높은 수준의 군비 지출 부담이 없었다. 이 덕분에 두 나라는 특히 수출 시장에서 기회가 충분했던 반면, 국제적으로 고정자본 양을 증대시켜 놓았다.

1960년대 말쯤 생산에 필요한 자본 양이 다시 증가하면서 이윤율이 떨어졌다. 이것은 결국 1974년의 위기를 불러왔는데, 석유 가격 인상은 이윤율 하락으로 허덕이던 자본가들이 마침내 투자를 멈추게 만든 결정타였을 뿐이다.

1974~1975년의 위기가 모든 곳에 고르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그러나, 세계경제의 회복이 진행되자마자 새로운 위기가 1979~1981년을 강타했다. 1990~1992년에도 위기가 엄습했다. 높은 실업, 낮은 성장, 대규모 자본 파괴가 뒤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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