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3호 2020년 3~4월호)

지난 호

일반 논문

중국, 티베트, 좌파

찰리 호어 8 33
350 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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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보면, 티베트인들은 기회가 될 때마다 중국의 지배나 영향력 행사를 거부하려는 경향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티베트 지배에 대한 중국의 “권리”를 옹호하는 것은 사실상 중국이 무력으로 티베트 대중을 지배할 권리를 옹호한다는 것이다. 흔히 티베트 구체제가 끔찍했다는 이유로 이를 정당화하곤 한다. 물론 1959년 이전까지 티베트는 매우 가난했고 질병이 창궐했으며 봉건적 노예 소유주들이 지배하는 사회였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논리는 영국·프랑스·스페인·네덜란드가 아프리카·아시아·라틴아메리카에서 자신들의 식민 지배를 정당화할 때 사용한 것과 똑같은 논리다. 이들이 식민 점령한 곳 어디서도 우리가 바라는 그런 [이전보다 진보한] 사회가 재확립된 사례는 없었다. 그러므로 티베트에서 중국의 티베트 점령이 “역사적 진보”를 위한 것이라는 주장은 정당화되기 힘들다.

달라이 라마

지금까지의 주장에 동의하는 사람들도 티베트 독립 운동 지지는 망설인다. 이런 태도는 이 운동에 적극적이었던 사람들 사이에서도 나타난다.39 망명한 달라이 라마 정부가 알제리민족해방전선·베트남민족해방전선·산디니스타 같은 “고전적” 민족해방운동과 같지 않게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달라이 라마가 이끌고 다니는 저명 인사들을 조롱하는 것도 쉬운 일이다. 그리고 필자가 위에서 지적했듯이, 이 운동은 독립이 아니라 중국 지배를 유지하는 하에서 더 많은 자율성을 부여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주의자들에게 특정 민족해방운동을 지지할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그 투쟁을 대표한다고 주장하는 특정 조직을 지지하는지의 여부와는 구분된다. 예컨대 이라크와 이란 내 쿠르드 단체들은 지난 60년 동안 그 지역의 변화하는 정치 지형에 따라 자국 지배계급, 인근 국가의 지배계급, 러시아나 미국 같은 제국주의 국가와 동맹을 맺었다.40 하지만 그 무엇도 쿠르드 민족이 받는 민족적 억압을 완화시키지는 못했다.

이에 비춰 보면, 특정한 민족해방운동에 대한 지지는 그 지도부의 정치에 대한 지지에 따른 조건부 지지가 아니고, 독립 후 생겨날 사회의 성격에 따른 조건부 지지는 더욱 아니다.(1959년 이전 사회를 복구하는 것은 실제로 불가능할 것이며, 달라이 라마나 그 주변 인물들이 그렇게 하기를 원한다고 단정할 증거도 없다.) 달라이 라마가 생각하거나 바라는 것을 명료하게 밝히도록 하기도 힘들다. 많이 인용되는 인터뷰에서 달라이 라마는 이렇게 주장했다.

현대의 모든 경제 이론을 살펴 보면, 마르크스주의 경제는 도덕적 원칙에 기초한 반면 자본주의는 성과와 이윤에만 집착한다. 마르크스주의는 평등이라는 토대 위에서 부의 분배와 생산수단의 평등한 활용에 관심을 둔다. 또한 마르크스주의는 권리가 박탈당한 사람들의 운명뿐 아니라 노동계급 ─ 즉 대다수 ─ 의 운명에도 관심을 기울이며, 소수가 강요하는 착취의 희생자들에게도 관심을 둔다. 이런 이유 때문에 나는 마르크스주의 경제에 관심이 있다. 그 경제 체제는 공정한 것 같다.41

그러나 달라이 라마가 조지 부시나 앙겔라 메르켈을 만났을 때 이를 부각하지는 않았을 성싶다. 실제로 티베트 운동의 지도부는 정부 구성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하다면 세계 열강과의 어떤 거래도 마다하지 않을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예컨대 아일랜드공화국 운동이나 아프리카민족회의ANC 지도부와 꽤 달라 보이지만 정치적으로는 상당히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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