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3호 2020년 3~4월호)

지난 호

일반 논문

조국 자녀 입시 문제로 본 자본주의와 교육

정원석 전교조 조합원 162 33
351 1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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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교육은 명문 사립대학교, 명문 주립대, 비명문 주립대, 주립 단과대, 지방 전문대local college로 계층화됐다. 이런 서열화된 체제는 학생들이 속한 가정의 사회적 지위와 각 학생이 졸업 후 이동하게 될 노동관계의 위계질서를 반영하고 있다.42 지배자와 피지배자가 같은 학교(급)에서 같은 방식으로 훈련되는 것은 지배자들에게는 피하고 싶은 일이다. “엘리트를 훈련시키는 데 가장 적절한 교육과정은 피착취자들간에 침묵을 유지시키는 데는 성공적이지 못하다.”43

특히, 지방전문대는 기술 훈련을 강조하며 명백히 직업 지향적이다. 기업과 지방전문대는 교육과정의 연계가 보다 밀접하고, 훈육과 학생관리가 엘리트 대학보다는 중등교육과 훨씬 더 비슷하다. 이는 기업 생산의 위계적 분업 구조가 교육의 계층화에 반영된 결과다.44

대학은 전통적인 엘리트 훈련기관이었지만 입학정원이 급격히 증가하며 새로운 기능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모순이 발생했다. 대학생들의 기대(높은 지위와 직업, 보수)와 실제 노동시장에서의 전망은 불일치했다. 학생 대부분은 고등교육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충분히 얻지 못했다. 대학의 팽창은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의 프롤레타리아화를 의미하기도 했다. 노동과정에서 점점 줄어드는 통제력, 즉 소외된 노동 등 사무직(정신)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점점 생산직(육체) 노동자들의 조건과 비슷해졌다. 실업이 확산되고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의 직업 안정성이 떨어지면서 대졸자의 임금 프리미엄도 낮아졌다. 1960년대 후반 대학생들의 급진화는 이러한 사회경제적 배경 속에서 벌어졌다.45

4) 신자유주의 교육개혁

미국과 영국 등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은 1970년대 이윤율 위기를 겪으면서 80년대부터 신자유주의 교육개혁을 추진했다. 당대에 유명했던 ‘위기에 처한 국가’ 보고서는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교육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혁의 주된 기조는 국가통제 강화와 경쟁(시장 논리) 강화였다.46 국가수준 교육과정, 학교·교사 경쟁과 평가(교원성과급과 교원평가), 기초학력평가 등이 도입·확대됐다. 학교의 자율과 책무성, 교육 소비자(학생·학부모)의 선택권 보장 등 기업과 시장 논리가 학교에 도입됐다. 학교 선택권과 바우처 제도는 학교 간 경쟁을 촉진하려는 맥락에서 도입됐다. 차터스쿨과 마그넷스쿨(각각 우리나라의 자사고, 특목고와 유사)의 도입은 이러한 과정을 더욱 심화시켰다.

자본축적의 위기가 시작되면서 경제는 고등교육을 통해 배출된 노동력을 충분히 흡수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노동자들이 실제 직업에 이용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교육을 받는 상황 즉 이른바 ‘과잉교육’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대해 국가는 대학에 대한 지원을 줄이고, 차등 배분하고, 대학을 구조조정 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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