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6호 2020년 11~12월호)

지난 호

일반 논문

조국 자녀 입시 문제로 본 자본주의와 교육

정원석 전교조 조합원 162 36
351 1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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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교육 확대는 1990년대에도 지속됐다. 기업들은 국제적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전문적인 노동력을 필요로 했다. 1995년 대학설립자율화와 정원자율화는 고등교육 팽창을 가속화시켰다. 1990년대 중반부터 특별전형을 통해 실업계 학생의 대학진학을 유도하는 정책이 실시됐다. 이에 따라 실업계 학생의 대학진학률이 1995년 19.1퍼센트에서 2001년 44.9퍼센트로 급증했다. 전체 대학진학률은 1990년 33.2퍼센트에서 2008년 83.8퍼센트까지 증가했다.

산업이 발달하고 생산이 복잡해지면서 국가관료, 기업의 중간관리자, 전문직 등 신중간계급이 대거 등장했다. 노동계급이나 농민의 자녀 중 학교에서 성공한 이들의 대부분은 바로 신중간계급으로 진출했다. 한국사회의 한때 활발해 보였던 계층 이동의 대부분은 1970∼1980년대 이런 과정의 산물이었다. 1990년대 중반 이후에는 그 짧았던 계층 이동 사다리마저 무너지고 계급이 고착화하는 현상이 더 두드러졌다. 2000년대 이후에는 소득불평등이 심화되면서 교육불평등도 심화됐다.49

대졸자의 증가는 화이트칼라 노동자의 지위·조건 하락과 동시에 진행됐다. 대졸 임금 프리미엄이 줄었다. 1970년대 대졸자의 평균임금은 고졸자의 2.3배에 달했으나, 1990년대는 1.5배로 감소한다.50 대졸자의 실업이 증가하고 평균임금이 하락하면서 대학 졸업장만으로는 안정된 미래를 보장할 수 없게 됐다. 이는 대학 서열화 강화, 대학원진학이나 해외유학 등 학력 경쟁을 더욱 치열해지는 것으로 이어졌다.51

1980년대 말부터 한국 자본주의의 고도 성장세가 꺾이고 위기감이 높아지면서 교육에서도 신자유주의 정책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1987년 교육개혁심의회의 교육개혁안에 ‘수월성’ 담론이 처음 등장했다. 수월성 교육은 엘리트 교육의 다른 표현이다. 교육정책 기조는 노동력의 양적 확대에서 질적 제고로 전환했고, 교육의 질 제고를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가 강조됐다. 1995년 ‘5.31 교육개혁안’은 한국에서 신자유주의 교육개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됨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교육 전반에 경쟁과 통제를 강화해 효율성과 수월성을 증대하려는 신호가 강화됐다. 이는 수요자 중심 교육, 교육의 다양화·특성화, 학교의 자율성과 책무성 강화 등으로 표장됐다.

중등교육에서는 특목고, 자사고, 특성화고 등 고교 다양화·특성화가 확대했다. 지배계급은 영재교육(국제 경쟁을 위한 핵심 인재 양성)을 명분으로 특목고(과학고, 외고)를 늘렸다. 지배자들은 획일적인 교육, 교육의 질 저하 운운하며 평준화를 비난했다. 교원성과급과 교원평가가 도입됐다. 교사와 학교를 경쟁시키고 통제를 강화하려는 일련의 정책들은 전교조 등 교사들의 거센 저항에 부딪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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