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6호 2020년 11~12월호)

지난 호

일반 논문

조국 자녀 입시 문제로 본 자본주의와 교육

정원석 전교조 조합원 162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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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는 전혀 다루지 못했지만, 자본주의 교육이 시작되면서 그것을 바꾸고자 하는 노력도 함께 시작됐다. 자본주의 교육의 역사는 새로운 교육을 실현하려는 투쟁과 실천의 역사이기도 하다. 그러나 자본주의 교육의 계급적 구실이 바뀌지 않는 한 근본적인 변화에는 한계가 있다.

자본주의 하에서도 “질 높은 평등교육”이 가능한 사례로 흔히 핀란드를 꼽는다. 실제로 핀란드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높은 수준의 교육복지와 평등지향 교육을 자랑한다. 그러나 핀란드는 결코 에듀토피아가 아니다. 경쟁이 없다는 것도 순전한 오해다. 핀란드에는 엄연히 입시경쟁이 존재한다. 법대, 의대, 사범대 등 인기학과는 경쟁률이 10대 1이 넘는다. 학생들은 입시준비를 위해 사설학원을 다니거나 개인과외를 받기도 한다.52 대학 간 서열도 존재한다. 헬싱키대학이 대표적인 명문대다.

핀란드 교육시스템이 한국보다 백 번 낫다고 해서, 자본주의 체제에서 학교교육의 구실, 교육의 계급적 성격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핀란드에도 교육 불평등이 주요한 사회적 문제 중 하나이다. 특히, 이민자 가정에서 자란 학생들은 기초학력 미달자가 많다.53

계급투쟁의 결과 일시적으로 평등교육이나 교육복지를 쟁취했다 하더라도 영원히 유지되거나 일관되게 확대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핀란드의 ‘평등교육’은 1970~1980년대 사민주의 정당, 경제 호황, 강력한 노동운동 등 특정한 역사적 조건들의 산물이었다. 1968반란의 영향도 컸다.54 그러나 핀란드에서는 1990년대부터 경기 침체를 겪으면서 신자유주의 교육 개혁이 추진됐고, 2008년 세계경제 위기 이후 그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학교선택제가 도입된 후 고등학교 간 경쟁과 격차가 커졌다. 대학 법인화, 민영화, 대학 구조조정, 산학협력 강화 등으로 대학은 시장논리에 더욱 종속됐다.55 정부의 교육 이전금 삭감으로 교육복지가 후퇴하고 교사들이 일시적으로 해고되는 일들이 벌어졌다. 자본주의 국가는 경제 위기에 직면하면 교육 재정을 감축하고 착취율을 높이기 위해 교육에 경쟁과 통제를 강화한다. 교육개혁이 전진뿐 아니라 후퇴를 하는 이유다.

물론 자본주의의 교육 모순을 완화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들이 필요하고 투쟁을 통해 어느 정도 일시적 성과를 낼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인간을 자유롭고 전면적으로 발달시키는 교육은 경쟁과 착취를 기반으로 하는 사회와 결코 양립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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