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3호 2020년 3~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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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논문

조국 자녀 입시 문제로 본 자본주의와 교육

정원석 전교조 조합원 162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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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누구나 응시할 수 있다는 기회의 균등(개방성). 둘째, 응시자들에게 같은 기준(점수)을 적용한다는 평등(객관성). 셋째, 표준화된 시험에서는 부정과 비리, 반칙이 작동할 수 없다는 믿음(투명성).

여기에 부정부패가 만연한 사회에 대한 불신이 겹쳐 시험의 공정성 신화를 더욱 강화하는 듯하다. 특히, 조국 사태로 인해 확대된 학종에 대한 불신이 ‘차라리 수능이 공정하다’는 편견을 키웠다. 그러나 부자와 서민이 차별 받지 않고 똑같은 시험지와 똑같은 채점기준으로 평가 받는 것이 곧 공정성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수능은 겉보기와는 달리 개인의 노력과 실력이 아니라 가정 배경에 훨씬 더 좌우된다.

2017년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전국 주요 대학(54개)의 입학생의 소득에 따른 국가장학금 수혜 비율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수능 전형에서 합격한 학생들의 63.4퍼센트가 (국가장학금 수혜 대상에서 제외되는) 소득 9분위 이상이었다. 반면, 기초수급자와 1~4분위(저소득층)는 22.9퍼센트에 불과했다. 학종(53퍼센트 대 31.3퍼센트)과 비교해 보아도 더 큰 격차를 보인다.

수능으로 소위 ‘금수저’들이 더 많이 합격한다는 얘기다. 주된 이유는 표준화된 시험일수록 유형이 정해져 있어 사교육의 영향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표준화 시험은 그 사회의 주류 문화(보편적 지식)를 반영하기 때문에 중·상류층의 자녀에게 유리하다. 시험은 오로지 실력으로만 사람을 측정한다는 논리는 허구일 뿐, 학생이 자라는 집안 환경과 그가 받는 사교육의 양·질이 시험 성적을 결정한다. (공교육의 차이도 무시할 수 없다. 특권학교를 보라.) 표준화 시험은 소위 객관성, 개방성, 투명성 등으로 인해 겉으로는 공정해 보이지만, 사실 그 안에는 거대한 불공정을 감추고 있다. 시험이 공정하다는 상식은 경쟁을 합리화하고 합격과 불합격에 따른 차별, 점수에 따른 서열을 정당화하는 논리를 강화한다.

학종 개선 대책을 보자. 교육부는 “학생 개인의 능력이나 성취가 아닌 부모배경, 사교육 등 외부요인이 대입에 미치는 영향이 차단되도록” 하기 위해 학종에 반영되는 비교과영역을 축소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방과 후 학교 활동, 자율동아리, 개인봉사활동 등 정규교육과정 외 비교과활동을 전형요소에서 제외하고 자기소개서와 고교 프로파일을 폐지하기로 했다. 대신 교과세부능력및특기사항(교과세특) 기록을 의무화하고 기재표준안을 마련해 정규교육과정에 대한 전형요소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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