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6호 2020년 11~12월호)

지난 호

일반 논문

조국 자녀 입시 문제로 본 자본주의와 교육

정원석 전교조 조합원 162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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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규교육과정이라고 가정 배경의 영향력이 차단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부모의 소득이 높을수록 사교육비 지출이 많고 이는 학업성취(내신 성적)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가정 배경은 학생의 기초학력은 물론 학업에 대한 동기와 의지, 학교생활에 대한 태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학교 유형에 따라, 거주 지역에 따라 학생들이 경험하는 학교 교육과정의 질이 다르다. 그런데 학교 유형과 거주 지역도 주로 부모의 소득에 따라 좌우된다. 서열화된 고교 체제는 공교육에 의해 제도적으로 차별을 강화한다. 정규교육과정에서의 성취는 오로지 학생 개인의 능력과 노력에 달려 있다는 말은 완전히 거짓이다.

진보적 교육운동 일각에서는 수능 전형에 대한 대안으로 학생부 중심 전형을 지지하는 경향 이 있다. 학종의 일부 불공정 요소를 제거한다면, 학생의 학교생활에서의 경험과 성취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학생부 중심의 선발 방식이 미래형 인재를 기르는 데 낫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능 점수로 한 줄 세우기를 하든, 교과·비교과 등으로 여러 줄 세우기를 하든 ‘경쟁을 통한 선발’ 기제는 동일하게 작동한다.

교육 불평등은 입시제도의 유형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계급불평등과 경쟁교육 시스템에 기인한다. 그래서 교육 불평등은 한국뿐 아니라 (입시 제도가 상대적으로 낫다고 하는) 선진국에서도 보편적인 현상이다. 2010년 OECD 국가의 세대 간 계층 이동 조사에 따르면, 각국의 부모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자녀의 OECD 국제학생평가프로그램PISA 성적이 높았다. 부모가 자녀의 노동시장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직접적인 요인으로 학교선택, 사교육, 고등교육 제공 등이 지적됐다.18 18년 유니세프가 선진국 41개 국의 교육불평등을 조사해서 발표한 ‘불평등한 출발점’Unfair Start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모든 나라들이 교육 불평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불평등의 핵심 원인은 부모의 직업과 소득, 이주배경 등 가정환경이었다.19

학교교육이 대학 서열화와 입시 경쟁에 종속되는 한 공정한 입시제도는 불가능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경쟁은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벌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정한 교육을 위해서는 경쟁의 룰을 바꿀게 아니라 경쟁 자체를 없애야 한다. 진보진영은 ‘공정한 입시제도’ 프레임에 갇히지 말고 입시제도 폐지와 대학평준화를 일관되게 요구해야 한다.

오늘날의 학교교육

오늘날의 학교 풍경은 여전히 암울하다. 대다수의 학생들은 학교 가는 것을 싫어하고 주말이나 방학을 손꼽아 기다린다. 억압과 복종, 기계적 암기식 학습, 지루함과 따분함이 학교를 지배한다. 노동자들이 임금을 받기 위해 참고 일하듯, 학생들도 지식과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성적과 상급학교 진학을 위해, 졸업장이나 학위를 따려고 공부한다. 노동자들이 생산과정을 통제하지 못해 소외를 겪듯이, 마찬가지로 학생들도 무엇을 어떻게 배울지에 대해 거의 통제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친구들과의 경쟁 때문에 인간성이 왜곡되고, 소외에서 벗어나려고 게임 중독이나 학교폭력과 같은 왜곡된 방식에 의존하기도 한다. 교육은 청소년들에게 희망이 아니라 좌절을 안겨 주고, 행복이 아니라 고통을 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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