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4호 2020년 5 ~ 8월호)

지난 호

쟁점:현재의 이슈들

기본소득 ― 복지국가의 21세기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장호종 11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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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와 캐나다에서 실시된 기본소득 시범사업은 주로 기본소득의 ‘노동 유인 효과’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다. 이는 애당초 실업자의 처지보다 정부와 기업주들의 관심사를 반영한 것으로, 기존 실업수당 때문에 수급자들이 구직 노력을 게을리한다는 보수적인 평가에서 출발한 것이다.

호황기에는 비교적 후하게 운용되던 실업수당이 신자유주의 조처들로 갈수록 받기가 까다로워져, 이제는 형편없는 일자리에라도 고용되면 즉시 수급 자격이 박탈된다. 그런데 지배자들은 자신들이 취한 이런 신자유주의 조처 때문에 오히려 수급자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않는 ‘실업의 덫’ 현상이 생겼다는 관점을 드러낸다. 그런데 기본소득은 일자리를 구해도 계속 지급되므로 일자리를 구하면 추가 소득을 얻을 수 있고 따라서 이전에 비해 구직 노력을 더 기울이지 않겠느냐는 게 주창자들의 핵심 가정이었다. 결과는 별 차이가 없었고, 시범사업은 끝났다.

기본소득 실험은 오히려 기본소득이 신자유주의 의제 ─ 실업자 벌주기, 저질 일자리 강요하기 ─ 에 의해 이용될 수도 있음을 보여 줬다. 수급액은 생계 유지에는 충분치 않아 노동자들이 저질 일자리라도 구하러 다니도록 설계됐고, 구직 활동을 하지 않던 사람들은 의도적으로 시범사업에서 배제됐다.

영국의 ‘예술, 제조 및 상업 장려 협회’RSA는 2015년 스코틀랜드 4개 지자체가 실시하려던 기본소득 모델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 보고서에 따르면, 기본소득이 도입될 경우 소득 10분위 중 최하층인 1~3분위에서 소득이 20퍼센트 감소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장애인들의 소득이 줄어드는 곳도 있었다. 이런 손실을 막으려면 세금을 대폭 인상해야 할 텐데, 이 때문에 저소득층에 대한 편견과 낙인 효과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24

국내에서 제안되고 있는 기본소득안들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일부 수당은 남겨두고 일부 수급액은 삭감을 방지하는 등의 조처들을 담고 있다. 하지만 실제 적용에서는 비슷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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