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4호 2020년 5 ~ 8월호)

지난 호

쟁점:현재의 이슈들

기본소득 ― 복지국가의 21세기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장호종 11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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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들이 고용 불안을 겪고 있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강조점은 노동자들이 겪는 불안정성은 특정 유형(형태)의 자본주의만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 고용 불안을 겪는 노동자들도 사용자에 맞서 싸울 힘이 (객관적으로 주어져) 있다는 것이다. ... 신자유주의의 폐해를 강조하려다 노동계급이 신자유주의에 맞설 힘을 잃었다고 주장하는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36

지배자들은 노동자들의 저항 능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서구의 경우) 이주민과 내국인을 분열시키려 한다. 또, 노동자들의 사기와 자신감을 떨어뜨리기 위해 온갖 이데올로기 공격을 멈추지 않는다. 그중 하나는 노동자들이 저항하려 해봐야 쓸모없다는 사상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다. 그 최신 버전은 4차산업혁명론인데 고용 구조가 변하고 사회보험의 사각지대가 생기는 것은 모두 기술 발전에 따른 것으로, 거스를 수 없는 자연 현상 같은 것이라고 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소득론자들은 대개 이런 생각을 많게 또는 적게나마 받아들인다. 일부는 이런 생각을 발전시켜 ‘노동 없는 미래’가 다가오고 있다고까지 주장한다.

그러다 보니 일자리 감소나 고용 구조 변화에 저항하는 것이 부질없다고 여긴다. 그것이 특히 기술발전이 낳은 변화임을 강조해 일자리를 지키고 노동조건과 사회안전망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 기술발전에 역행하는 퇴행적인 시도인 것처럼 암시하기도 한다. “임금노동 일자리는 줄어드는 추세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는 여전히 ‘모두에게 일자리를’이라는 허구적인 얘기만 되풀이되고 있다. 그러나 자동화·정보화가 진행되면서, 기존의 산업에서 더 이상 일자리는 창출되기 어렵다.”(녹색당, 2016년 총선공약집에서)37

비교적 안정된 일자리가 사라진다면 이에 기초한 기존의 사회보험·공적부조 체계도 유지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한국의 기본소득론자들은 4차산업혁명론으로 대표되는 인공지능·로봇(에 의한 일자리 대체) 담론을 급속히 수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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