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4호 2020년 5 ~ 8월호)

지난 호

쟁점:현재의 이슈들

기본소득 ― 복지국가의 21세기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장호종 11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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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과장이 아닐 수 없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과 데이터에 관한 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은 구글이다. 그런데 구글은 2018년 수익 중 85퍼센트를 광고에서 얻었다. 또 다른 데이터 공룡 기업인 페이스북도 2018년 수익의 98.5퍼센트를 광고에서 얻었다.42 구글과 페이스북은 사용자들이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남기는 각종 정보를 바탕으로 개인이나 집단에 맞춤형 광고를 제공할 수 있고, 여러 기업들이 그 경로를 구입하는 식이다. 결국 광고를 구입한 기업들의 이윤 일부가(다 모으면 엄청나다) 구글과 페이스북으로 이전되는 것으로, 이윤 ‘원천’은 데이터가 아니라 광고 기업의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한 노동자들에게서 나오는 것이다.

미국의 주도적인 IT 기업들을 뜻하는 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 중 위에서 언급하지 않는 나머지 세 기업의 수익 구조는 구글·페이스북과 다르다. 애플은 아이폰(62.8퍼센트), 아마존은 온라인스토어(52.8퍼센트)가 가장 큰 수익원이다. 넷플릭스는 유명 제작사들이 제작한 영상을 보려는 사람들에게서 회비를 받아 수익을 얻는다. 사실상 극장과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다. 이 경우들도 데이터가 아니라 중국의 폭스콘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아마존에서 거래되는 각종 상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노동자들, 데이터 장비를 운영하는 노동자들의 노동이 이윤의 원천이다.

위에서 인용한 금민 이사의 주장은 노동자들의 저항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것일 뿐 아니라 무력감을 심어 줌으로써 그 힘을 약화시킨다. 기본소득론자들은 오늘날 자본이 더는 임금 노동에 의존하지 않으니 노동자들에게 집에 가서 기본소득이나 받으라고 말하는 셈이다.

그러나 기술 진보로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나, 그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저항할 명분과 능력이 없게 될 것이라는 비관론은 모두 참말이 아니다.

결론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 마이클 로버츠가 지적했듯이, 기본소득론들이 제시하는 액수는 기본적일 뿐, 그다지 급진적이지 않다. 기본소득이라는 ‘아이디어’를 넘어 구체적 적용 사례를 보면 매우 퇴행적인 모습마저 발견된다. 기본소득 도입으로 노인, 장애인 등 사회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가 축소될 가능성이 큰데 이를 모르는 체 하기도 하고 아예 사회서비스 축소로 재정을 절약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의도하지는 않았을지라도 ‘작은 정부’를 지향하게 되는 것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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