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4호 2020년 5 ~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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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논문

정체성 정치 ― 차별에 맞서는 효과적인 무기가 될 수 있을까?

정진희 17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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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주의에서 계급은 사회학자들처럼 하나의 정체성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를 가리키는 말이다.10 즉, 계급은 생산에서 사람들이 맺는 사회적 관계이다. 자본주의가 굴러가는 핵심 원동력은 임금노동 착취다. 그래서 계급 관계는 그저 여러 사회관계의 하나가 아니라 핵심적인 사회관계이다.

계급은 차별의 원천일 뿐 아니라 권력의 원천이고 다양한 배경과 중첩되는 여러 차별을 겪는 사람들이 단결할 수 있는 잠재적 토대이다. 마르크스는 노동계급을 보편적 계급이라고 불렀다. 노동계급 사람들이 모두 똑같아서가 아니라 착취를 당한다는 이해관계를 공유하며 계급사회를 폐지할 수 있는 특별한 잠재력을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마르크스주의가 차별 문제를 무시한다는 흔한 오해와 달리, 고전적 마르크스주의는 차별받는 집단의 투쟁을 철저히 옹호한 전통이 있다. 마르크스와 엥겔스, 레닌, 트로츠키, 룩셈부르크 등은 피억압 민족의 자결권 지지, 여성 해방, 인종차별 반대 등을 분명히 했고, 차별에 맞선 투쟁을 사회주의를 위한 투쟁의 일부로 봤다.  

옛 소련, 동유럽 등 스탈린주의 체제가 ‘마르크스주의’를 표방한 것 때문에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오해와 왜곡이 많이 생겨났다. 하지만 이들 체제는 고전적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아래로부터 사회주의 전통과 정반대인 국가자본주의 체제였을 뿐이다.11

마르크스주의가 노동계급의 전략적 중요성을 말한다고 해서 여러 형태의 차별을 무시하거나 차별을 한낱 계급 적대감의 부수적 현상으로 환원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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