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4호 2020년 5 ~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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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논문

정체성 정치 ― 차별에 맞서는 효과적인 무기가 될 수 있을까?

정진희 17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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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급이 차별에 맞서는 투쟁을 지지하는 것은 노동계급의 경제적 이득뿐 아니라 정치의식의 발전이라는 면에서도 아주 중요하다. 레닌이 혁명적 사회주의 정당은 “인민의 호민관”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 이유이다.

자본주의에서 피착취 계급인 노동계급은 성, 성적 지향, 인종 등 여러 정체성으로 분열할 경우 이득을 보는 게 아니라 손해를 본다. 노동계급이 지배계급이 퍼뜨리는 이간질에 맞서지 않는다면 계급적 단결을 이룰 수 없고, 따라서 해방을 성취할 수 없다.

물론 노동계급이 차별에 맞서 단결해 싸우는 것이 예정된 일인 것은 아니다. 현실에서 노동계급은 적잖이 분열하는 모습을 보인다. 노동계급 내에서도 여성의 동일임금에 반대하거나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있다. 외국인 노동자나 난민을 배척하는 일도 일어난다.

하지만 이런 분열을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사회주의자들이 개입해 논쟁하면서 차별받는 사람들을 옹호하는 게 중요한 이유다. 노동계급 내 차별을 용인한다면 분열로 모두의 힘이 약화되고 조건 악화로 이어질 수 있음을 설득해야 한다.

차별로 인해 노동계급의 분열이 드물지 않게 일어나지만, 노동계급은 차별에 맞서 단결할 잠재력도 있다. 세계 노동운동의 역사를 보면 노동계급이 성, 성적 지향, 인종, 국적 등을 뛰어넘어 단결해 투쟁한 예가 많다. 러시아 혁명으로 많은 여성 개혁 입법이 이뤄졌고 가사의 사회화가 추진됐다.12 동성애가 합법화됐고,13 여러 피억압 민족이 자결권을 인정받았다.14 내전과 혁명의 고립 속에서 부상한 스탈린주의15 관료에 의해 혁명의 성과가 파괴되고 마침내 1920년대 말 이후 사라졌지만, 러시아 혁명은 노동계급 혁명의 잠재력을 잠시 보여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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