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6호 2020년 11~12월호)

지난 호

문재인 정부의 낙태죄 유지 법 개정안 논란 ─ 낙태는 왜 여성이 선택할 권리인가?

전주현 123 36
362 1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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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한편, 노동계급 남성은 낙태 금지와 제한에서 득을 보지 않는다. 노동력 재생산이 개별 가정에 맡겨진 것은 남녀 노동계급 모두에게 큰 부담이고, 보수적 가족 이데올로기는 여성뿐 아니라 노동계급 남성도 속박한다. 자신의 동료와 가족이 불법 낙태로 고통받는 현실을 기뻐할 남성은 거의 없다.

급진 페미니즘은 낙태 금지가 ‘남성 권력’(‘가부장제’) 때문이라고 여긴다. 2018~2019년 3월에 낙태권 운동을 벌인 ‘비웨이브’는 분리주의적 페미니스트들로서 “남성을 공공연히 배제하고 생물학적 여성의 단결을 강력히 주장했다.”13 ‘비웨이브’는 낙태 전면 합법화를 선명하게 주장하고, 문재인과 국가 권력을 거침없이 비판해 많은 여성들에게 짜릿한 청량감을 선사했다. 그러나 남성을 적으로 규정하고 배척하는 분리주의는 불필요한 갈등을 조장해 운동의 저변을 확대하는 데에 방해가 됐다.

엔지오들이 주도하는 연대체인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모낙폐)의 주요 활동가들도 낙태 금지와 같은 여성 차별 문제가 ‘남성 권력’에서 비롯한다고 여긴다. 이들은 ‘비웨이브’처럼 운동에 남성 참가를 막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모낙폐 조직자들의 정치가 진정 개방적이지는 않다. 그들도 운동의 집행 수준에서는 페미니스트들만이 참여하도록 하고, 페미니즘을 비판하는 혁명적 마르크스주의자들은 배제해 왔다.14 모낙폐 조직자들도 비웨이브처럼 노동계급이 동참하는 대중 투쟁을 건설하는 데에 관심이 없다.

‘모낙폐’의 주요 단체인 여성단체연합(이하 여연)은 페미니스트들의 국가기구 진출과 의원 배출을 통해 정부 정책 개입과 개혁 입법 활동에 주력하는 개혁주의 전략을 추구해 왔다. 이런 전략 속에서 민주당 정부 하에서 여연 간부 출신들이 정부에 입각했다.

그러나 페미니스트들이 자본주의 국가기구에 들어가 이를 이용해 성평등을 이룬다는 전략은 이미 세계적으로 심각한 모순과 난점을 드러내 왔다. 국가기구에 들어간 페미니스트들은 국가를 바꾸기는커녕 국가의 성차별적 조처에 침묵하거나 그 자신이 집행자가 되기 일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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