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6호 2020년 11~12월호)

지난 호

문재인 정부의 낙태죄 유지 법 개정안 논란 ─ 낙태는 왜 여성이 선택할 권리인가?

전주현 123 36
362 6 4
5/15
프린트하기 전체 보기 PDF 보기

헌재 판결이 다가오자, 문재인 정부는 낙태죄 유지 입장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2018년 5월, 낙태죄 위헌 심판 공개변론 때 법무부는 낙태죄 합헌 의견서를 냈다. 또, 낙태하려는 여성은 “성교는 하되 그에 따른 결과인 임신 및 출산은 원하지 않는”다고 비난해 공분을 샀다. 몇 달 뒤에는 복지부가 불법 낙태 수술 처벌을 강화하는 의료법 행정처분규칙 개정을 시도했다. 법원 판결 없이도 불법 낙태를 도운 의사에게 자격정지 조처를 내릴 수 있게 하려는 것이었다. 많은 여성들이 반발하고 특히 의사들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이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2019년 4월 헌재 판결 뒤, 문재인 정부와 여당인 민주당은 낙태 찬반 진영의 눈치를 보며 낙태법 개정안 제출을 미뤘다. 총선을 앞두고는 “사회적 합의”와 “속도 조절” 운운하며 더욱 몸을 사렸다. 그러다 대체입법 종료시한 3개월을 앞두고 낙태죄를 유지하면서 낙태 허용 폭을 일부 확대하는 법안을 내놓은 것이다.

노동력 재생산

문재인 정부가 이토록 낙태죄 유지를 고수하는 배경에는 노동력 재생산 문제가 있다. 자본 축적을 지속하는 데에서 안정적인 노동력 재생산은 매우 중요하다. 지배자들은 노동력 재생산 부담을 개별 가족, 특히 여성에게 전가하면서 막대한 이득을 얻는다. 경제 위기 심화 속에서 문재인 정부는 자본가들의 이윤을 위해 노동계급의 일자리와 조건을 공격하고 개별 가정에 노동력 재생산을 전가하며 평범한 여성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특히 ‘저출산 현상’은 지배자들에게 골칫거리다. ‘저출산 심화’로 미래 노동력과 병역 자원이 급감해서 ‘국가경쟁력’과 국방력이 하락할 것을 크게 우려한다. 경제적·지정학적 위기 증대로 지배자들의 불안감이 높아지며 저출산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배자들은 낙태한 여성을 죄인 취급하면서 출산과 양육에 필요한 복지 확대는 외면해 왔다. 아이를 낳아 기르고 싶어도 어마어마한 경제적 부담에 짓눌려 출산을 포기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오늘날 아이 1명을 대학 졸업 때까지 키우려면 3억 원 이상이 필요하다.5 국공립 어린이집은 전체 보육 시설의 5퍼센트로 턱없이 부족하다. 서울 국공립 어린이집 입소 경쟁률은 너무 높아 “로또”에 비유될 지경이다. 경제 위기에 코로나19 위기까지 겹쳐, 여성들은 열악한 노동조건과 더욱 늘어난 양육 부담으로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닫기
x닫기